설리 / OSEN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그룹 에프엑스 출신 배우 설리가 25살의 어린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활동하는 내내 악플에 시달렸던 설리는 생전 우울증도 심하게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많은 스타들이 정신적 고통을 아픔을 호소하고, 일부는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가면서 연예계 잇따른 우울증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대중의 의식이 선진화되어 가고 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무분별한 악플로 유명인을 괴롭힌다며 네티즌, 연예 기획사에 이어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악플→스트레스→우울증' 악순환
설리가 세상을 떠난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다. 지난 2009년 그룹 에프엑스로 활동을 시작한 설리는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 호소하며 활동 중단, 이듬해 8월 그룹에서 탈퇴하며 연기자로 전향했다. 하지만 속옷 미착용 등으로 악플은 계속됐고, 이에 설리는 "브래지어는 건강에 좋지 않다"며 노브라의 권리를 주장했지만 끊임없이 악플에 시달렸다. 악성 댓글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겪은 설리는 결국 네이버TV '진리상점' 통해 대인기피증,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했다. 그가 숨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매니저도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고 밝혔다. 이를 아는 동료 스타들은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며 악플러에 일침을 가했다. 신준현은 "악플러는 비겁하고 얼굴 없는 살인자"라고, 하리수는 여전히 악플을 다는 네티즌에게 "고인을 욕되게 하는 악플러들은 인간이긴 한 건가? 더러운 짓 하는 키보드 워리어들 다 싹 잡혀갔으면 좋겠다"라고 분노했다.

늘 화려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대중의 평가에 민감한 만큼 스타들은 정신적으로 취약하다.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다 공황장애나 우울증을 앓는 사례들이 나타난다. 올해 세상을 등진 배우 전미선도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도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2008년에 우리 곁을 떠난 최진실도 악플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배우 박진희가 2009년 연세대 사회복지학 석사 논문으로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연기자 중 38.9%가 우울증에 시달리며 40%가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으로는 사생활 노출과 악성 댓글이 컸다. 악플과 우울증으로 인한 스타들의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악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속사들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리 / JTBC2 '악플의 밤' 스틸컷

■ 전문가 "사회가 돌아봐야 할 문제"
스타는 물론이고 대중은 악플을 '얼굴 없는 살인자'라고 말한다. 그 정도로 피해가 크다는 뜻이다. 악플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최영일 대중문화 평론가는 "초기엔 '유명세다 견뎌라',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이 일부의 격한 반응에 대응해서 뭐 하겠나'라면서 조심스러워했다"며 "그러나 이제 연예인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대중의 사고가 선진화됐다고 느껴지는 게, 이젠 스타의 사생활 및 인격 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엄포·고소·고발에 그쳤다면 이제는 '선처는 없다'며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버려 뒀더니 도를 넘거나, 선처를 원해 합의했더니 근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벌을 통해 유해한 범죄라는 걸 인지시켜야 근절되겠다'라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변화된 태도를 살폈다.

설리의 경우는 특히나 안타까운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사회적으로 해악을 행하지 않았는데, 조금 튄다는 이유로 또는 자유로운 일상을 솔직하게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았기 때문이다. 최영일 평론가는 "설리 씨는 사회적인 범죄, 해악, 민폐를 끼친 적이 없다. 다른 사람보다 눈에 띄는 SNS 활동을 했고, 나이 차 있는 연인과의 연애를 스스럼없이 공개했을 뿐"이라며 "거기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악플, 간섭이 많았다. 욕설 같은 악플뿐만 아니라 위로해주는 말조차 잔소리가 되어버린 복합적인 사례였다. 그가 JTBC2 '악플의 밤' MC를 맡은 것 역시 방송계가 그의 캐릭터로 악플을 꼽고 있단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얼마나 힘들었을지, 극단적 선택을 한 걸 보면 심리적 정서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사회적인 문제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가 함께 돌아봐야 할 여지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설리 / OSEN

■ '성숙한' 문화 필요
종현에 이어 설리까지, 젊은 별이 지는 모습을 보며 대중은 악플러를 뿌리 뽑아야 된다고 소리친다. 또한 연예 기획사도 더 체계적으로 소속 연예인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최영일 평론가는 "법적인 처벌을 강화하는 게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고, 추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위적, 고의적인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법적인 처벌을 만든다 하더라도 사회적인 자정작용이 없는 상태에서 법만 강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악플을 다는 건 결국 사람이고, 다수의 대중이고, 평범한 사람 속에 숨어있는 악마성, 타인에 대한 적개심, 공개성의 표출인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률적 처벌 못지않게, 앞서서 중요한 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소속사 역시, 연예인 개인이 해결하기보단 회사가 법률적 조력을 받아서 함께 나서서 막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모두가 소속사의 관리 개선을 이야기하지만, 소속사도 이를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대중에게 비치는 직업이다 보니 일부 비판 섞인 댓글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SNS 상에서 익명 뒤에 숨은 무차별적인 루머가 생성되고 무조건적인 비난 댓글이 쇄도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들 또한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며 "소속사에서 악플에 법적 대응을 하고 있으나 악의적인 악플은 계속되고 있다. 성숙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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