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故 설리에 대한 추억... 스포츠에도 '락플'이 넘치길
[기자의 눈] 故 설리에 대한 추억... 스포츠에도 '락플'이 넘치길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9.10.15 16:25
  • 수정 2019-10-15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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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설리의 생전 모습. /설리 인스타그램
故 설리의 생전 모습. /설리 인스타그램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지난 2011년 당시 인기 걸 그룹 에프엑스 멤버 故 설리를 취재했던 경험은 지금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문화부 선배와 함께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75)과 에프엑스를 동반 인터뷰했는데 그때 처음 마주했던 설리의 모습은 천진난만하고 엉뚱한 18세 소녀의 모습 그 자체였다. 중국 출신 멤버 빅토리아(32)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가리키며 “(신라 승려) 혜초가 여행하면서 쓴 글이야”라고 하자 옆에 있던 설리는 신기한 눈빛으로 “와, 더 읽어줘요”라며 웃었다.

8년의 세월이 흘렀다. 호기심 가득했던 소녀 설리는 안타깝게도 싸늘한 주검이 됐다. 14일 오후 3시 21분쯤 성남시 수정구의 주택에서 설리가 숨져 있는 것을 매니저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경기 성남수정경찰서가 밝혔다. 매니저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우울증을 알았다고 한다. 방송에선 숱한 악성 댓글에 당당히 맞서는 연예인 중 한 명으로 인식돼 왔지만, 실제 악성 댓글의 무게는 대중의 짐작보다 훨씬 무거웠나 보다.

앞날이 창창한 20대 중반의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괴로움이 따랐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연예계에선 당초 예정됐던 각종 행사들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잠정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비단 연예계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스포츠 스타들도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정상급 골퍼였던 A는 지난 2년 여간 성적이 곤두박질 쳤다. 그 이유에 대해 취재하던 중 최 측근으로부터 “선수가 성적에 대한 압박과 대중의 악성 댓글로 인해 큰 우울감에 시달렸다”는 말을 들었다.

스포츠 스타들은 언젠가부터 미디어에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 시간을 내서 얘기해봤자 돌아오는 건 악성 댓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포츠 매니지먼트사들도 미디어의 선수 인터뷰 요청을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이미 알려진 선수가 굳이 보도돼 혹여 좋지 않은 댓글들이 달릴 경우 선수는 멘탈이 흔들려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고 그러면 구단이나 후원사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력보다 외모로 주목을 받았던 여자 프로골퍼 B는 처음엔 미디어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지만, 악성 댓글에 시달린 이후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아예 “우승을 하게 되면 인터뷰를 하겠다”고 못박았다. B는 현재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가 됐다.

설리의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악성 댓글에 대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스포츠계에도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어 사전에 예방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고인이 최근까지 MC로 출연해왔던 JTBC2 예능 프로그램 ‘악플의 밤’ 홈페이지 내 그의 프로필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악플도 ‘락(樂)플’로 만들어 버린다.”

스포츠 선수들을 향해서도 악플(악성 댓글)보단 좋은 내용의 댓글인 ‘락플’과 ‘선플’이 넘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