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 / 플럼액터스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원작을 뛰어넘는 싱크로율로 올 가을 안방극장을 오싹하게 만든 배우 박종환이 OCN '타인은 지옥이다'(극본 정이도, 연출 이창희)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박종환은 극 중 살인 습성을 가진 변득종과 변득수 1인 2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고시원 안을 울리는 기괴한 웃음소리와 심하게 더듬는 말투는 그 자체만으로 주인공인 윤종우(임시완)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의 신경을 긁었다. 촬영 후 웹툰 속 별명인 '키위'라고 부르며 알아봐주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박종환은 다음 차기작을 위해서라도 머리를 예쁘게 기르고, 말을 더듬는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원작과 달리 쌍둥이라는 설정이 있었다. 어떻게 연구했나.
"쌍둥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파생돼서 나온 분신으로 가야 하는 건지 고민을 많이 했다. 헤어스타일부터 외모가 너무 닮아 '이 정도로 닮은 쌍둥이가 있나', '쌍둥이야 분신이야' 생각을 했고, 그것부터 구분을 지으려고 했다. 원작에서는 한 인물이 극과 극의 모습을 갖고 있었는데, 그걸 드라마에서 둘로 나눈 느낌이었다. 기괴하게 웃는 건 원작에 있는 모습을 차용하면 됐는데, 쌍둥이 형인 변득수는 자칫하면 유기혁(이현욱)이나 서문조(이동욱), 이런 냉소적인 캐릭터들과 겹칠 것 같아 잘 피해 연기했다. 웹툰엔 없지만, 고시원 제5의 인물 느낌으로 가려고 했다."
 
-독특한 웃음소리가 이슈였다. 웹툰 속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는데.
"처음엔 대본에 쓰여있는 데로 '키킥', '키키킥' 웃어봤는데 인위적인 느낌이더라. 전체 대본리딩 때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리닝 날 '히읗'으로 시작되는 것부터 '키읔'으로 시작되는 웃음소리를 다 냈다. 받침을 넣어서도 웃어보고, 빼고도 웃어보고. 여러 가지로 바꿔가면서 웃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감독과 작가님이 '킥' 소리를 좀 더 내면 어떠겠냐고 하셔서 그 부분만 참고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OCN '타인은 지옥이다' 스틸컷

-개성 강한 캐릭터는 빠져나오기도 힘들지 않나.
"처음에 이동욱 배우가 '어떤 배우는 말을 더듬는 연기를 몇 번 했다가 원래대로 안 돌아왔다. 일상으로 복귀가 안됐다'라고 해서 '설마 그럴 일이 있을까요?'라며 가볍게 넘겼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이 끝나고 공식적인 자리나 가족들과 모였을 때 말 막힘 현상이 생기더라. 웃는 것도 방송하고 똑같다고 해서 아직 캐릭터의 여운이 남아있구나 느꼈다. 사실 웃는 건 신경 안 쓰는데, 말 막힘 현상 같은 건 빨리 고쳐야 할 것 같다."
 
-배우들과 원래 친분이 있었나. 호흡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임)시완이랑은 영화 '원라인'에서 함께 한 적이 있다. 이정은 배우와도 세 작품을 같이 했고, 그 외 분들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 시완이랑은 너무 반가웠다. '원라인'에선 조력자 역할로 가깝게 지냈었는데, 이번엔 적대감을 느끼게 해야 했다. 그전과 다른 호흡을 맞춰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됐다. 긴장감을 늘 유지해야 했기에 작업 방식도 다르게 갔다. '원라인' 땐 현장에서 꽁냥꽁냥한 느낌을 가졌다면 이번엔 둘 사이에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했다. 일부러 말을 돌리거나 그랬다. 대화가 원활하진 않지만, 그러나 흘러가게 했다. 그런데 그걸 재미나 장난으로 생각하더라.(웃음)"
 
-본인의 모습을 실제 방송으로 접하니 어떻던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재밌었다. 그리고 첫 회가 끝나고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는데 '네가 주인공이었냐'라고 묻더라. 인상이 강렬해서인 것 같다. 어머니의 기분이 좋아 보여 나도 좋았다. 그날 전화를 세 차례나 더 하셨다.(웃음) 어머니와 얽힌 재미난 에피소드가 또 있다. 어머니 지인께서 식당을 하시는데 방송 전부터 제 플랜카드를 걸어두셨다. 그런데 프린트가 잘 못 돼서 '변득종'이 아니라 '벽득종'으로 나왔더라. 그걸 보신 분들이 '벽 씨가 있나'라고 반응하는데 너무 웃겼다.(웃음)"
 

-밖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을 것 같은데.
"그렇다. 지하철을 타도 '어, 키위다'라고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작품 속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가깝게 다가오시진 못 하더라. 그래서 제 딴엔 상냥하게 보이려고 웃음을 지었는데 웃으면 안 되는 거였다. 저를 보시다가도 웃으니까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시더라.(웃음) 그때 아차 싶었다. 변득종의 이미지가 쉽게 벗겨지지 않겠구나 싶었다."
 
-박종환에게 타인이란.
"타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나서부터 나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으려 한다.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는 걸 규정하면 '난 이것까지만 할 수 있어'라는 제한을 둘 것 같아서다. 영화나 드라마 감독님, 작가님이 찾아줬을 때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존재하려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정의하기 앞서 그분들이 정해주는 '난 박종환 씨가 이렇게 보여요'라는 말을 신뢰한다. 기대치를 맞추려고 하는 건지, 아님 정말 나 스스로 규정짓지 않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향을 많이 받는다."
 
-차기작이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차기작은 아직 없다. 우선 머리를 예쁘게 길러야 할 것 같다. 이미지라도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 다음에 또 살인 습성이 있는 역할을 맡더라도 이미지부터 벗어나고 해야 할 것 같다."
 
-'타인은 지옥이다'에 출연한 걸 만족하나.
"살인마 역할을 하면서 기분 나쁠 때도 있었지만, 새로운 인물을 체험하고 받아들이는 지점에서는 기분이 괜찮았다. 어머니가 그러시더라. '이걸 보고 나서 네가 처음으로 일하는 것 같다'라고. 왜 그런 생각을 하셨냐고 하니까 '그전엔 그냥 연기로만 바라봤다면 지금은 일하는 느낌이 난다'라고 하더라. 생각해보니 변득종, 변득수는 목표가 명확한 인물이라고 느꼈다. 이전까지는 동기가 불분명하고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배회하는 연기를 했다면, 이번엔 적극적이고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일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타인은 지옥이다'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나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같아 좋다. 그 부분이 지금까지 부재였는데, 이번 연기를 통해 그런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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