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연이은 안전진단 ‘퇴짜’ 문턱조차 못넘어
공급위축→신축품귀→가격상승·청약과열 ‘악순환’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 결과 60.24점으로 'C등급'을 받았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최근 올림픽선수촌과 월계시영 아파트 3인방 '미성·미륭·삼호3차'(이하 '미·미·삼') 등이 안전진단 문턱조차 넘지 못하며 재건축이 좌절됐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안전진단 평가 기준에서 구조안정성 비중을 20%에서 50%로 대폭 강화하며 재건축 옥죄기에 나선 까닭으로 손 꼽힌다.

당장은 재건축 단지의 상승세를 붙잡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공급위축으로 이어져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 결과 60.24점으로 'C등급'을 받았다. 정밀안전진단은 총 5개(A~E) 등급으로 구분되며 D등급 또는 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당초 올림픽선수촌의 경우 안전진단 통과에 기대를 모았던 곳이다. 올림픽선수촌 재건축 추진모임이 3억여원의 예치금을 모아 올해 1월 정밀안전진단한 결과, 단지 일부가 프리캐스트(PC) 공법으로 지어 구조적으로 철근콘크리트(RC) 공법보다 취약하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진단에서는 예상과 달리 아파트의 하중을 받는 구조체엔 RC 공법이 적용됐다는 결론이 나며 퇴짜를 맞았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작년 3월 5일부터 안전진단에서 구조 안전성 분야의 가중치가 20%에서 50%로 높아졌다"면서 "올림픽선수촌 안전진단 결과 구조 안정성 분야에서 B등급이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합계 환산치가 C등급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안전진단을 진행한 '미미삼'도 마찬가지로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았다. 지난 1986년 준공된 이 단지들은 지난 2017년부터 재건축을 준비해왔다. 3개 단지를 합하면 총 가구수가 3930가구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재건축 단지들이 최근 안전진단에서 퇴짜를 맞고 있는 이유로는 정부가 지난해 안전진단 평가 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 안전성 부문 비중을 높인 것이 결정적이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가 주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정부가 재건축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대한 대로 당장 눈앞의 재건축 단지 상승세는 억제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공급위축이 발생해 신축 품귀 탓 청약경쟁률이 높아지고 서울 주택가격 상승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을 못하게 막는데 어떻게 서울 주택가격이 떨어지겠냐”며 “당장은 재건축 단지의 상승 움직임을 막을 수 있겠지만 공급위축으로 다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공급이 위축되는 규제를 차례차례 내놓고 있는데 이러면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공급이 줄면 신축이 귀해지니 신축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청약경쟁률이 높아져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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