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자본금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카카오뱅크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거침없는 사업 확장으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던 카카오뱅크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카카오로의 최대주주 변경이 지연되면서 유상증자를 통한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을 시작한지 2년 만인 지난 7월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 1분기 기준 수신액 17조6000억원, 여신액 11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급격한 자산 증가에 힘입어 1분기 흑자전환(66억원)에 성공했다.

또한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2017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은행산업 전체에서 늘어난 기타대출 증가액 37조원 중 카카오뱅크가 차지하는 금액은 무려 8조5000억원으로, 카카오뱅크의 순증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무려 23%에 달한다.

이 같은 공격적인 대출 확대의 결과로 카카오뱅크는 1분기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자본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9월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0%대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6월말(11.74%) 기록보다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시중 은행들에 대해 최소 10% 이상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의 BIS 비율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 연말에는 금감원 권고 기준을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기위해 카카오뱅크는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등 위험가중자산으로 분류되는 대출자산 억제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BIS 비율 개선을 위한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결국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 영업 개시 이후 2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자본금 5000억원으로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2017년 9월과 2018년 4월, 2차례에 걸쳐 각각 5000억원씩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렸다. 현재는 1조 3000억원의 자기자본금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추가적인 유상증자를 위해 이날 이사회를 열고 최대주주 변경과 자본확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선 앞선 유상증자 규모와 같은 50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하느냐다. 당초 계획했던 최대주주 변경 일정이 지연되면서 증자 계획도 꼬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카카오는 지난 7월 금융당국으로부터 한도초과 보유주주 승인을 얻어 현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을 넘겨받을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현재 18%인 카카오의 지분을 34%까지 늘려 최대주주가 된다는 생각이다. 당초 50% 지분을 갖고 있던 한국투자금융지주는 34% 가량을 보유한 2대주주로 내려올 계획이었다.

이후 최대주주가 된 카카오의 주도하에 유상증자를 실시, 자본확충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 같은 계획은 당초 카카오뱅크 설립을 준비할 때부터 세웠던 것으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를 제한하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서 실현 가능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발생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사는 금융사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혹은 5% 이내로만 보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현행대로 50% 이상 보유해 자회사를 유지하거나 혹은 5% 미만으로만 보유할 수 있다. 기존 계획대로 카카오에 16% 가량 지분을 넘길 경우, 추가적인 지분 매각을 통해 5% 지분만 남겨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5%가 넘는 지분을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으로 넘기려 했으나 이 역시 문제가 생겼다. 이번엔 공정거래법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3월 국민주택채권 등 채권매매 수익률을 동일하게 맞춘 담합(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5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현행 인터넷은행 특별법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기업에 대해 한도초과 보유주주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다른 자회사로 카카오뱅크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카카오로 최대주주 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할 경우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향후 보유할 지분보다 더 많은 금액의 유상증자 금액을 부담해야만 한다. 이후 카카오에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이를 보상받을 수는 있지만, 그간의 이자비용 등을 감안하면 쉽지는 않은 선택이다.

그렇다고 계속 유상증자를 미룰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동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