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로고.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문화 콘텐츠 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자에서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리는 공급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에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 기자들이 나서 그 동안 전문가들이 미처 다루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경제학 이면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열세 번째 순서로 영화제 공략과 극장 개봉까지 영화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의 공략을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넷플릭스(Netflix)가 영역 확장을 위한 공략에 나섰다. 자체 제작한 영화의 극장 개봉은 물론이고 해외 유수영화제에 작품들을 출품하며 영화 시장을 파고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가 주도해 온 OTT 시장에 경쟁 업체인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 TV플러스 등 콘텐츠 기업들이 뛰어들며 심화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안으로 전망하고 있다.

■ 디즈니 플러스+애플TV 플러스 론칭..‘위기’의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로고.

넷플릭스는 그동안 동영상 시장을 쥐락펴락해왔다. 한국 진출 초기에는 마니아 중심으로 소비된 넷플릭스는 올해 가입자 수 18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초 공개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킹덤’에는 회당 제작비 20억 원을 투자하며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콘텐츠 시장을 독식한 듯 활개를 쳤던 넷플릭스지만 디즈니의 콘텐츠가 있는 디즈니 플러스, 애플의 애플 TV+ 서비스가 론칭하며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지난 달 10일 애플이 애플 TV 플러스를 오는 11월 11일부터 론칭한다고 밝히자 넷플릭스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같은 날 미국에서 넷플릭스의 주가는 2.16% 떨어진 287.99달러에 마감했다.

게다가 이용료 역시 넷플릭스의 반값 수준인 월 4.99달러다. 넷플릭스의 베이직형 이용료가 8.99달러인 것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가입자 공략에 나섰다.

디즈니는 예정대로 다음 달 12일 디즈니 플러스를 공개한다. 특히 디즈니 소유의 인기 콘텐츠들을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마블 스튜디오 콘텐츠는 물론이고 ‘겨울왕국 2’도 독점 서비스된다.

첫 서비스 국가는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이다. 11월 19일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이용할 수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다른 국가의 론칭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첫 2년 동안 대부분의 글로벌 시장에서 이용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즈니 플러스 역시 월 구독료는 6.99달러 수준이다.

영국의 일간지 더 가디언(The Guardian)은 디즈니 플러스에 대해 ‘넷플릭스 킬러(Netflix killer)’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적극적인 영화 시장 공략..‘신의 한 수’ 될까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 스틸.

날이 갈수록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자 넷플릭스는 드라마에 이어 영화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기존에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공개했던 콘텐츠들을 선 극장 개봉, 후 넷플릭스 공개를 택하며 한걸음 물러난 모양새다.

넷플릭스는 최근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 네 편의 국내 극장 개봉을 알렸다. ‘더 킹: 헨리 5세’를 비롯해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두 교황’ 등이다. 이 네 편은 오는 23일, 11월 27일, 12월 6일, 12월 20일 개봉 예정이다.

특히 넷플릭스 공개일보다 일주일 앞당겨 극장 개봉한 점이 눈에 띈다. 넷플릭스는 ‘옥자’(2017) 당시 동시 개봉을 택했고, ‘로마’(2018)는 온라인보다 이틀 먼저 극장 개봉했다. 이전 작품들보다 극장 개봉을 일주일이나 앞당긴 것은 넷플릭스가 한 발자국 물러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각 국가에서 작품 별로 파트너(국내 배급사)들과 상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

넷플릭스가 한 걸음 물러선 가장 큰 이유는 더 많은 감독들과 손을 잡고, 해외 유수 영화제에 성과를 내기 위함이다. ‘더 킹’의 각본, 제작,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미쇼 감독은 “영화관이나 영화 산업이 변화를 겪고 있다”며 “어떤 콘텐츠가 나오든 대중에게 선보이는 대중적인 이벤트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영화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를 제외한 베니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는 비경쟁, 경쟁 부문에서 넷플릭스 작품의 출품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극장 개봉은 넷플릭스에게 숙제로 남아있다. 멀티플렉스(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관이 넷플릭스 작품에 문을 열어주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앞서 ‘옥자’와 ‘로마’는 독립영화 전용극장, 예술영화관 위주로 상영됐다. ‘더 킹: 헨리 5세’ 역시 멀티플렉스관의 진입 장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CGV,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더 킹: 헨리 5세’ 상영관 확보에 대해 “아직 계획 중인 건 없다”고 말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관의 소통을 문제점으로 짚으며 “영화 개봉일은 극장과 배급사가 협의해서 정해지는 것이지만 넷플릭스는 극장과 상의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개봉일을 정한다”며 “국내 영화 업계 생태계와 전혀 다른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주식 시장에 따르면 넷플릭스 주가는 최근 3개월 사이 23% 하락했다. 경쟁사들의 공격 속 아시아 시장으로 뛰어드는 발판으로 꼽힌 한국 영화시장에 파고든 넷플릭스가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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