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태양광발전시설 ESS 저장소 화재 / 제공=의성소방서

[한스경제=이정민 기자]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던 ESS(에너지저장장치) 산업이 계속되는 화재와 불분명한 화재 원인으로 골칫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이에 삼성SDI와 LG화학은 ESS 산업을 지키기 위한 고강도 대응책을 내놨다. 양사는 화재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안전장치와 화재 확산 방지 장치에 수천억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이 잇따라 안전대책을 내놓은 것은 차세대 먹거리인 ESS 산업 자체가 무너지질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ESS 화재 논란이 불거진 후 두 회사의 ESS 신규 수주도 이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명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ESS 화재 25건의 총 피해액은 382억 원에 달한다. ESS 화재 25건 중 LG화학과 삼성SDI가 관련된 사고는 22건(88%)이다. LG화학 제품은 전체 25건 중 13건(52%)이 화재와 관련됐다. 피해 규모는 삼성SDI 제품이 225억 원(59%)으로 가장 많았고, LG화학 제품이 124억 원(33%)이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정성 대책을 발표했다. 자사 ESS 제품에 안전장치를 이달까지 설치하고,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기존설치사업장에 최대 2000억 원 규모의 자체 예산을 투입해 특수 수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허은기 삼성SDI 전무는 "삼성SDI는 배터리 공급 업체이지만 전력변환장치, 시공·설치·운영 과정 등 문제가 발생해도 배터리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종합 대책을 세웠다"라며 "삼성SDI는 ESS 대책 관련 전담팀을 구성,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최단기간 내 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LG화학도 이날 ESS 화재 안전장치 도입 및 확산 방지 제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가혹한 환경에서의 시험까지 포함해 정밀 실험과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결과에 따라 필요한 책임 있는 조치를 할 계획이며 만약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더라도 교체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서 열린 에너지저장장치(ESS) 안전성 강화 대책 설명회에서 허은기 삼성SDI 전무가 ESS 모듈과 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SDI는 ESS 시스템 내에 발화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화재로 확산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개발해 신규로 판매하는 시스템에 전면 도입한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처럼 삼성SDI와 LG화학이 잇따라 안전대책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화재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아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는 화재원인으로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 시스템 및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 및 보호 체계 부족 등 명확하지 않은 화재 원인 발표를 내놨다. 하지만 이후 3건의 추가 화재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지난 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이용주 무소속 의원은 “ESS 화재사고 조사위원회의 발화원인 조사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며 “발화 원인도 미상으로 나와 있는데 원인을 몰라 대책도 못 세우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도 "정부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흠결이 가는 것을 우려해 ESS 배터리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화재 책임도 규명되지 않았는데 대기업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업체 관계자는 "ESS 관련 화재는 정부 발표 이후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명확한 화재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논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원인 규명에, 업계는 제품 하자 여부 여부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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