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심재걸] ‘올 여름도 걸그룹’이란 말이 떠들썩하게 돌았던 가요계에 원더걸스와 여자친구가 ‘투 톱’체제를 완성했다. 방송 음원의 강세 속에서도 원더걸스와 여자친구는 각종 음원차트에서 3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정규 음원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원더걸스는 10년차에도 여전히 신선한 에너지를 살렸고, 여자친구는 데뷔 1년 반 만에 4연속 ‘메가 히트’ 곡을 만들었다. 인기 걸그룹 계보의 맨 꼭대기에 있는 맏언니와 막내가 여름 가요계를 끌어가는 셈이다.
두 그룹의 나이 차이는 크지만 성공 전략 안에 공통 분모가 존재한다. 한 가지 컨셉트에만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상극의 이미지를 버무렸다는 점이다. 이른바 반전 효과가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 파워 청순
여자친구가 차별화로 내세운 기조는 ‘파워 청순’이다. 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단어지만 여자친구가 지난해 데뷔한 이래 줄곧 앞세우고 있는 말이다. 정반대의 정서인 힘과 청순을 결합한 여자친구만의 신조어다. 청순한 이미지를 기본 바탕에 깔면서도 힘있는 퍼포먼스로 색다른 볼거리를 주겠다는 전략이다.

무대 아래에서 여자친구는 10대 후반의 소녀 감성을 강조한다. 의상도 한결같이 교복 느낌을 살려서 연출한다. 컨셉트 이름까지 ‘학교 시리즈 3부작’이라고 만들며 분위기를 더 몰아부쳤다. 멤버들의 실제 나이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각종 인터뷰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또래의 ‘웃음 많은 소녀’ 이미지를 자연스레 각인시켰다.

무대 위에서는 180도 달라진다. 웬만한 남성 아이돌 그룹 수준으로 안무를 펼친다. 지난해 발표한 ‘오늘부터 우리는’에서는 인간 뜀틀을 표방하기도 했다. 상반신을 숙이고 있는 멤버를 다른 멤버가 뛰어 넘는 동작이다. 여자친구의 멤버 예린이 “자칫 사고가 날 수 있어 가장 힘들었지만 단합력을 키우는 잊지 못할 안무”라고 말할 정도다.

‘유리구슬’이나 ‘시간을 달려서’에서도 작은 동작도 과격하게 표현했다. 이번 신곡 ‘너 그리고 나’의 무대 역시 전작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했다. 학교 시리즈는 끝났다고 했지만 소녀의 청순한 겉모습과 상극의 파워풀 퍼포먼스 구성은 변함 없었다.

대형기획사의 음반 기획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걸크러시’가 한 때 걸그룹 컨셉트의 유행이 되자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금세 식상하게 됐다”며 “그 사이 여자친구는 각기 다른 두 가지 색을 절묘하게 고수했다. 공식화 된 한 가지 색만 택하지 않은, 컨셉트 전략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원더걸스의 이중성
원더걸스는 밴드 색을 입혀 제2의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원더걸스의 신곡 ‘와이 소 론리(Why so loney)’는 멜론·지니·네이버뮤직·엠넷·벅스·올레뮤직·소리바다 등 7개 음원사이트에서 집계한 7월 첫째주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성적보다 데뷔 10년차에도 여전히 ‘신선하다’는 평가가 더욱 고무적이다. ‘걸밴드’라는 새로운 카드로 꺼져가던 생명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주요 기획사들이 아이돌에 음악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추세 속에서 원더걸스는 밴드 변신으로 단시간에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원더걸스의 변신은 처음부터 환영 받지는 못했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밴드 컨셉트는 화제성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춤추던 걸그룹이 악기를 메고 연주하는 장면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따가운 시선도 동반했다. 밴드로 나왔는데 녹음 연주는 다른 전문가들이 했다는 점에서 ‘과대포장’ ‘무늬만 밴드’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1년 만에 돌아온 원더걸스는 ‘분리 병행’을 택했다. 밴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밴드로서 역량을 더 키우며 100% 리얼 연주를 완성했다. 데뷔 처음으로 자작곡을 타이틀곡으로 삼기도 했다. 선미는 연습 과정을 두고 “죽는줄 알았다”라고 묘사했다.

주전공인 댄스 퍼포먼스 역시 살린다. 14일부터 같은 노래지만 전혀 다른 색깔의 무대를 시도한다. 예은은 최근 인터뷰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밴드를 하면서 원더걸스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이 많아졌다. 밴드? 춤? 모두 하나의 원더걸스인데 예전보다 옵션이 추가된 느낌으로 봐달라”고 했다.

2007년 데뷔해 걸그룹 전성시대를 열었던 원더걸스는 태생부터 퍼포먼스에 집중된 그룹이었다. ‘텔 미’를 시작으로 ‘노바디’ ‘소 핫’ 등 예쁘장한 소녀들의 몸짓을 따라하는 신드롬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활동이 길어지면서 국내 인기는 내림세로 돌아섰고 선예의 결혼, 소희의 탈퇴로 해체 국면까지 경험했다. 하지만 걸그룹과 밴드, 상극의 조합을 땀으로 소화해내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게 됐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OSEN

심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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