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젠더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이 때 방송, 가요 등 연예계에서 보여주는 젠더 관념 역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아이돌 비즈니스에서 성 관념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느냐는 눈여겨 봐야 할 일. 이에 가요계 유명 기획사들에서 배출한 아이돌 그룹들의 프로파일을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두 번째로 H.O.T., 신화, S.E.S 등을 탄생시키며 국내 가요계를 아이돌 중심으로 끌어온 SM엔터테인먼트의 남성 그룹들을 살펴 본다. <편집자 주>

'아이돌 명가'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국내 가요계 시장을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하며 1세대부터 현재까지 많은 인기 아이돌 그룹들을 론칭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 그 오랜 역사만큼 SM엔터테인먼트의 보이 그룹들은 개성이 천차만별이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NCT 등 2019년 현재 SM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다섯 그룹들의 음악과 퍼포먼스, 스타일링을 바탕으로 이들의 성격과 연애 스타일, 이성관 등을 파악해 봤다.

동방신기.

동방신기

성격: 카리스마 빼면 시체
특기: 미친 퍼포먼스
관심사: 평화, 순수, 정의, 사랑, 희망, 정반합… 등등
연애관: 나한테 결국 빠지게 돼 있어
한 줄 정리: "킵 유어 헤드 다운(고개 숙여)."('왜', 2011)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진 않다. 분명 데뷔 때만 해도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어. 네가 주는 맛있는 우유와 부드러운 네 품 안에서"('허그', 2004)라며 달콤하게 노래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매일 보는 사건 끊임없이 죽음들을 만들어 내는 곳 이 땅엔 자비란 게 사라진 걸까?"('트라이앵글', 2004)라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더니 "인생은 마치 끝없는 궤도를 달리는 별 같아. 마치 수많은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 미완성의 그림을 그려가는 것"('라이징 선', 2005)이라며 삶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시작한 이들은 이내 사랑에 대해서도 "넌 나를 원해 넌 내게 빠져 넌 내게 미쳐 넌 나의 노예"('주문 - 미로틱', 2008)라며 상대를 능수능란하게 조련하는 위치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기조는 최근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그렇게 카리스마 있는 몸짓으로 "운명처럼 빠져들고 말걸. 내 곁에 넌 최고야 될 거야"('운명', 2018)라고 외치는데 누가 안 빠져들 수 있을까.

슈퍼주니어.

슈퍼주니어

성격: 웃음은 포기 안 해
특기: 티키타카
별명: 미스터 심플
연애관: 화끈하게 직진
한 줄 정리: "심각한 얘긴 다 뒤로 미뤄두고 오늘은 밝게 웃어봐."('미스터 심플', 2011)

슈퍼주니어가 언제 무대에서 인상 한 번 쓴 일 있던가. 데뷔 때부터 "가식적인 체면 다 모두다 버리고 사랑이 주는 많은 기쁨만을 모두 노래해"('미라클', 2005)라고 노래했던 슈퍼주니어는 이후 15년 여 간 이 같은 기조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마음대로 되는 일 없는 세상을 살면서도 "세상이 내 맘대로 안 된다고 화만 내면 안 돼 그럴 필요 없지"('미스터 심플')라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을 때도 "누구나 쉽사리 갖는 건 재미없잖아"('섹시, 프리 & 싱글', 2012)라며 용기를 잃지 않는다. 이런 유쾌함이야 말로 우리가 슈퍼주니어를 사랑하는 큰 이유일지도. 사랑에 빠질 땐 이런 유쾌함에 낭만이 한층 더해진다. "너무 예쁜 미인아. 날 미쳤다고 말해도 난 니가 좋다 미인아"('미인아', 2010)라며 온갖 칭찬을 늘어놓고, "당신 앞에 무릎 꿇는 것도 이 모든 게 너무 자연스러워. 한없이 자꾸 애원하게 해"('데빌', 2015)라며 직진 고백을 하니 어떻게 안 넘어갈 수가.

샤이니.

샤이니

성격: 지고지순
특기: 이해하기, 배려하기, 이야기 들어주기, 칭찬하기… 등등
관심사: '너'
연애관: 한 눈 파는 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한 줄 정리: "누난 너무 예뻐."('누난 너무 예뻐', 2008)

"누난 너무 예뻐"('누난 너무 예뻐')라며 해사한 얼굴로 노래하던 데뷔 때부터 알아봤다. 샤이니는 뭔가 다르다는 걸. 카리스마와 박력이 남성의 미덕인 것처럼 취급되던 사회에서 샤이니는 '멋짐'의 기준을 바꿔놨다. 자신을 어리게만 보는 누나를 보며 "아마 그녀는 착한 내가 별 재미없었나 봐"('누난 너무 예뻐')라며 안타까워하던 소년은 7년 뒤 무럭무럭 자라 결국 그 누나를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곤 "여전히 널 보면 난 아파. 사랑만 깊어져 미쳤어"('러브 식', 2015)라고 노래한다. 단언컨대 샤이니는 모든 K팝 신을 통틀어 가장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그룹이다. 이들에게 연인은 "하나 중에 그 중에 제일 첫 번째"('원 오브 원', 2016)인 존재이며 "나의 단어, 나의 문장, 나의 모든 언어"('셀 수 없는', 2018)다. 다른 이들이 연인의 어떤 점을 단점이라며 손가락질 할 때도 이들은 "다들 널 피한 이유. 질투 시기 같은 거니까 외로워 마"('오드 아이', 2015)라며 오히려 그걸 장점이라 말해준다. 짝사랑을 할 때조차 지고지순하고 따뜻한 샤이니 표 사랑을 잘 보여주는 곡을 꼽자면 '방백'(2015)이다.

엑소.

엑소

성격: 거친 로맨티스트
특기: 초능력
관심사: 엑소플래닛
연애관: 상대의 모든 것을 탐닉하는 것
한 줄 정리: "뒤집고 무너트리고 삼켜."('몬스터', 2016)

경고하건대 절대 쉽게 생각하고 가까이 할 인물들이 아니다. 엑소플래닛에서 온 우주인인 엑소는 그 출신성분만큼이나 놀라운 성격과 태도를 가졌으니까. 마치 늑대처럼 '으르렁'(2013)대는 엑소의 사랑은 낭만적인 지구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사랑에 빠진 상대를 보며 "와인보다 우아하게 잡아먹을 테다"('늑대와 미녀', 2013)라고 하는가 하면 "널 훔쳐 탐닉해. 널 망쳐 놓을 거야"('몬스터')라는 섬뜩한 경고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런 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지구에 적응시키는 과정이 꽤 흥미로운 거라는 것. 왜냐하면 이들은 일단 누군가와 교감하고 나면 "사랑은 병, 중독. 오버도스. 시간이 지날수록 통제는 힘들어져"('중독', 2014)라며 누구보다 깊게 빠져들고, 자신들이 가진 다양한 초능력으로 "세상을 너로 채울 수 있어"('12월의 기적', 2013)라고 말해주니 말이다.

NCT 127.

NCT

성격: 파악 불가
취미, 특기: 파악 불가
관심사: 파악하기 어렵지만 일단 스타일은 트렌디
연애관: 연애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모르겠음
한 줄 정리: "어젯밤 내 세계를 뒤흔들었던 꿈이 악몽인지 혹은 나 아직 꿈 속인지."('무한적아', 2017)

NCT는 하나의 집단이라기 보다는 물결이다. 그 때 그 때 형태와 스타일을 바꾸는지라 하나의 특성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책에서만 보던 사랑을 실제 마주하고 "내게도 온 것 같아"('마지막 첫사랑', 2017)라며 설레 하는 NCT 드림을 보면 귀여운 소년 같은데, "차가운 세상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두 귀를 막고. 어제가 오늘 오늘이 어제 때늦은 자책만 가득한 채"('일곱 번째 감각' NCT U, 2016)라고 읊조릴 때는 흡사 철학자 같다. 그나마 서울의 경도를 딴 NCT 127 정도가 대중에게 가장 친숙할 것인데, 이들 역시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발매한 한국어 노래인 '슈퍼휴먼'(2019)에서 "충격을 넘어 소름 끼칠 엄청난 게 난 되고 싶지"라고 노래한 것을 보면 마음 속에 뭔가 엄청난 포부를 품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또 하나 확실한 건 트렌디한 스타일링. 유행의 최전선에 서 있는 듯한 멋진 스타일링은 NCT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레이블 SJ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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