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중 7개 은행, 3분기 순이익 3.9조원 전망...금리인하, 안심전환대출 등 악재
시중 은행들의 지난 3분기 실적이 둔화될 것으로 추정된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지난 상반기 실적 잔치를 벌였던 은행들의 앞길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반기 들어 실적 개선세가 꺾인 것은 물론 내년까지 수익성 악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외 경기상황이 불확실한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유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산정하는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성 평가지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기업, BNK, DGB 등 국내 7개 은행 및 은행지주사의 지난 3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3조 9000억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4.4%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에서 발생한 대규모 일회성이익을 제외하면 7개 은행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5.7%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명동에 위치한 옛 외환은행 사옥을 매각해 4000억원 규모의 매각차익을 얻었다.

금융사별로는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해 경상적 순이익 레벨이 증가한 신한지주를 제외한 모든 은행들이 전년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앞선 2분기 대비로도 대부분 은행들의 실적이 감소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이어져오던 금리인상 기조가 변한 것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7월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시중 은행들의 3분기 순이자마진이 3~7bp 가량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은행들의 (3분기) 실적 부진에는 순이자마진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자산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KB금융의 순이자마진 하락폭이 작을 것"이라며 "반면 금융채 연동 비율이 높아 시장금리 하락을 빨리 반영하는 지방은행의 경우엔 순이자마진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2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이 감소할 전망이다./연합뉴스

문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상반기 선방했던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은 7월 금리인하 이후 소폭 하락할 것"이라며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된 추가 금리인하를 포함해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전망)까지 감안할 때 은행들의 마진방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들의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안심전환대출이다. 지난달 말 정부가 신청받은 안심전환대출엔 무려 74조원 규모의 물량이 접수됐다. 이는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20조원의 4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안심전환대출 공급을 통해 향후 20년간 연 3300억원 가량 가계부채가 감축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연 3300억원의 이자수익이 사라질 것이란 의미다. 또한 안심전환대출 상품이 길게는 35년까지 만기를 정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은행들의 이자수익 감소 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에 더해 은행들의 대출 성장세 역시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병건 애널리스트는 "올 연말에서 내년 초에 집행될 안심전환대출 취급분 유동화 효과를 감안하면 대형은행 기준 내년 대출 증가율은 3% 이상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비이자수익 증가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해외 주요국 이자율 연계 파생상품펀드(DLF) 손실 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선언 등 연이어 터지고 있는 금융상품 관련 사고로 인해 은행들의 상품 판매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일각에선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DLF 사태 이후 시중은행 지점에서 DLF나 ETF(상장지수펀드)와 같은 금융상품 판매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상황"이라며 "(금융상품을) 문의하는 고객도 없고 지점 내에서도 판매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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