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편집자] 우리나라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초과하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베이비부머세대가 노인층으로 본격 진입하는 내년 이후부터는 고령화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시대상을 반영하듯 몇 해전 영화 ‘70세 인턴’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70세 노인이 30세 젊은 여성CEO와 세대 간 벽을 허물며 그녀의 삶의 안팎에서 자상한 멘토링 역할을 해준다. 40년 직장생활을 은퇴한 노인이 기품과 경륜을 통해 상실했던 자존감을 찾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그 무렵 70대 노배우들의 ‘황혼 배낭여행’을 콘셉트로 한 TV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인기가 상당했다. 젊은 층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배당여행을 나이를 떠나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남녀노소 누구나 로망이 되는 감흥을 주었다.

이미 2015년 유엔에서는 18~65세를 청년, 66~79세를 중년으로 분류하는 새 기준을 제시했다. 그 기준에 따르면 ‘80세 이상’이 노년이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우리사회에서도 젊은 50대,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하는 60대, 심지어 도전과 열정으로 살아가는 70~80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김형석 교수가 쓴 '백세를 살아보니'에는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60세가 되기 전에는 모든 것이 미숙했노라”라 고백하며, ‘65세 젊은이’들에게 “정신은 70~80세를 넘어 평생성장 할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60~75세’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했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나이가 49세이다. 반면 계속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평균나이는 72세로 조사됐다. 한참 일할 나이에 현직을 떠나야 하는 은퇴세대의 답답한 속내가 읽힌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화엄경의 한 구절이 은퇴 후 겪는 위상의 변화에 일말의 허무감 마저 느끼게 한다.

심리적 상실감과 미래가 주는 불안감 등 온갖 감정으로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심마저 엄습해 온다. 하지만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내년 미국대선이 ‘70대 대결’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고 한다.

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는 의미심장한 구절을 남겼다. 은퇴세대가 축적한 경험과 지혜를 ‘꼰대’라는 잣대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들 세대를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는 국가정책이 필요하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하듯이 과잉이념과 진영논리의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경제회복과 성장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인생이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듯이 은퇴는 실존적 상황이다.

어쩌면 은퇴란 친근하면서 낯선 이름이다. 인생 2막의 명제가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서 “노후를 어떻게 살 것인가”로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다.

칼럼리스트=이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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