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연합뉴스

[한스경제=송진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요즘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시련을 맞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판매한 DLF에 가입했다가 원금을 거의 날린 안타까운 사례가 언론을 통해 잇따라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은행의 CEO인 손태승 회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모양새다. 일부 시민단체에선 DLF 건으로 손태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DLF 사태를 검사 중인 금융당국도 손태승 행장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그의 리더십이 중대 시험대에 올라있다.

손 회장은 최근 DLF 사태에 대해 “펀드 손실과 관련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계실 고객님들께 송구스런 마음을 전하며 고객신뢰 회복을 위해 법령 등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책임있는 자세로 다각도의 노력을 기하겠다”고 사과와 함께 법적 절차에 따른 보상을 약속했다.

그런데 이번 DLF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집중적인 공격이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냉정하게 평가할 때 과도한 비난으로 그의 경영의지를 꺾어놓아서는 우리은행이나 한국의 금융산업 전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연구원의 이석훈 선임 연구원은 “은행은 사업 파트별로 담담자가 정해져있고 은행장이 모든 복잡한 업무들을 파악해 일일이 책임을 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건 하나가 터졌다고 해서 CEO를 깎아 내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만으로 손 회장의 리더십을 폄훼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선진국 금융회사 CEO들의 재직 기간과 운영 시스템을 감안할 경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 회장의 리더십을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과 증권 사업 등을 복합적으로 영위하는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케이스를 보자. 그는 지난 2005년 CEO에 올라 올해로 14년째 재직 중이다. CEO에 오른 뒤 3년 만인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회사가 휘청였으나 주주들은 그에게 오히려 힘을 실어줬다, 2012년에는 런던지사에서 투자상담 직원이 파생상품 거래를 잘못해 62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상급자들이 장부를 조작해 이를 숨기려했던 대형 스캔들도 터졌다. 하지만 JP모건 주주들은 취임 후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낸 그를 재신임했다. 주주들의 절대 신임 속에 다이먼 회장은 JP모건을 미국 투자은행 중 시가총액 1위기업으로 이끌며 보답했다.

CEO들은 대개 단기적인 성과와 장기적인 성과를 염두에 두고 경영 계획을 이끌어 간다. 미국 투자은행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6년 가량 되는 것도 장기 경영성과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입증된 데 따라 CEO에게 상당 기간의 임기를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경우 은행장 임기가 평균 3년 안팎에 머물러 장기적인 성장에 저해가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은행장 취임 후 2~3년까지는 전임 행장의 방침이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도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재임기간을 이런 상황에 견주어볼 때 그의 리더십은 보다 큰 틀에서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손 회장은 지난 2017년 12월 3년 임기의 우리은행장에 취임해 올해로 만 2년째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1년 임기의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겸임 중이다. 그는 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주사 준비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지주사 회장을 겸임해 ‘1인 2역’을 맡은 뒤에도 적극적인 M&A에 나서면서 지주사 기반을 착실히 다지고 있다. 또 지난해 우리은행은 2조1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경상 기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리는 성과도 냈다.

그는 낙하산 CEO도 아닐뿐더러 지난 1987년 이후 32년간 우리은행에서만 재직한 정통 ‘우리은행 맨’이다. 은행의 핵심 임원으로서 부문장 재직시절 탁월한 성과를 낸 것을 비롯해 통솔력도 인정받아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은행장에 올랐다. 이런 경력에 비춰 내부 사정에 정통한 그가 지주회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맡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는 시각이 은행 안팎에서 팽배하다.

그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우리은행 굴곡의 역사 산증인데다, 5년 전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되기 전 금융지주  임원을 지낸 탓에 새로 출범한 우리금융지주 안착의 적임자로 꼽힌다.

우리금융지주의 성공은 곧 한국 금융산업의 성공과 직결된다. 지난 2년여간 우리금융호를 지휘한 손태승 회장이 이번 DLF 사태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말고 전진해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우리은행 지주체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할 일이 태산같다.

아울러 손 회장에게 이번 사건만을 놓고 심하게 태클을 거는 것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JP 모건 다이먼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민간 기업은 어느 나라든지 진정한 성장의 엔진이다. 특히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면 시장의 비효율로 이어진다“ '감놔라 배놔라'하며  금융기관 간섭하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금융감독 당국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한스경제 발행인>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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