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종영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박도경(에릭)이 그냥 오해영(서현진)에게 “짠해서 그랬다”는 대사가 있다. 드라마 속 상황과 유사하지 않지만 전혜빈과 얘기를 나눌 때 그런 짠함이 울컥했다. 실제의 전혜빈은 드라마 캐릭터처럼 금수저도 아니요, 예뻐서 잘 나간 스타도 아니었다. 오히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그냥 오해영과(科)였다.

-‘또 오해영’이 끝났다. 종영 소감은.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미움을 많이 받았다. 사실 나쁜 캐릭터가 아닌데 얄미워 질타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과거 해영이의 사연이 공개되면서 많은 분들이 내 편이 돼 희망도 얻었다.”

-마음 고생을 했다니.

“캐릭터가 선해서 미움을 받을 줄 생각못했다. 욕 먹을 줄 몰랐는데. 그 와중에 비중이 적어 우울해졌다. 사연이 있으니 알아주겠지 했는데 어떻게 봐도 얄미울 수 밖에 없겠더라. 앞서 서현진의 오해영이 너무 짠내나는 설정을 만들어 시청자들이 내 오해영이 얄미운 짓만 하면 바로 꿀밤을 때릴 기세였다.”

-‘또 오해영’의 종영과 동시에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이 개봉했다.

“사실 영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들어오는 작품들은 하기 힘든 캐릭터라 포기를 요했다. 영화 인연이 아닌가 보다 했을때 이 작품이 들어와 ‘제가 해도 되나요’라고 되묻기도 했었다.”

-영화 개봉이 연기됐다고 들었다.

“개봉이 미뤄져 아쉬움이 커질때쯤 ‘또 오해영’에 출연했다. 드라마 종영과 영화 개봉이 우연히 겹쳤다. 지난해 힘들었던게 씨앗을 잘 뿌려 거두는 날이 온 것 같아 기쁘다. ‘또 오해영’이 행운의 드라마가 됐다.”

-예쁜 캐릭터의 부담은 없었나.

“예쁘게 보이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대본에 ‘예쁜’이라고 써있어 심리적 압박이 컸다. 소속사에서 스태프들 출장을 지원했을 정도다.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가 고생했다.”

-극중 탁구 치는 모습에 특유의 승부욕이 보이던데.

“감독께서 탁구를 프로급으로 치길 주문해 3개월 동안 죽어라 레슨을 받았다. 결국 탁구공은 CG 처리가 됐지만 프로 느낌으로 나왔다.”

-끝나고 보니 그 오해영도 참 안쓰런 캐릭터였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의 과거가 얼마나 힘든지를 대변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나. 그냥 악역으로 풀어 끝냈으면 더 안타까웠을 거다. 남의 시선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모습이 후련했다.”

-에릭과 첫 신이 베드신였던 게 인상적이다.

“베드신과 키스신을 이어 찍었다. 크하하~. 에릭 오빠가 상의를 벗은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쿨한 척하기로 해놓고 현장에서 장난을 쳤다. 사실 키스신은 정말 어색했다.”

-에릭과는 아이돌 선후배인데 낯을 가렸나.

“에릭 오빠가 속한 신화는 까마득한 선배님이다. 평소에 말씀이 없고 조용한 편이다. 극중 박도경 같은 성격인데 막상 키스신을 찍을 때는 잘 받아줘 수월하게 지나갔다. 함께 연기를 하니 엄청 살뜰하게 챙겨주는 선배다. ‘또 오해영’ 단톡방에서 말을 제일 많이 한다.”

-타 드라마에 비해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많았다.

“에릭, 서현진, 김지석, 허정민, 허영지까지 아이돌 출신의 주연진에, 한류스타 없이 대박난 드라마는 또 오해영이 처음 아닐까. 촬영 전 우리끼리 결의를 하기도 했다. 가수 출신의 배우들이 이렇게 사랑받는 드라마를 만들어 힘이 생겼다.”

-서현진과는 같은 시기 활동하지 않았나.

“나는 luv로, (서)현진이는 밀크 멤버였다. 같은 시기에 활동하다 같은 시기에 망했다(웃음). 돌이켜보자면 순딩순딩했던 열아홉, 스물의 나이에 (해체라는) 큰 상처를 겪었다.”

-아이돌 출신으로 훌륭하게 성장했다.

“내 경우 가수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가 늘 달려있었다. 뭘 해도 가수 출신이라고 질타를 받아 컴플렉스가 생겼다. 한때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얻은 ‘이사돈’ 닉네임을 떼고 싶었던 세월이 있었다.”

-연기를 시작한지 14년 째다. 당당해도 되지 않나.

“뭐랄까? 예전에 배우들이 가수가 연기한다고 하면 싫어하던 때가 있었다. 면전에서 ‘딴따라’라는 말도 들었다. 네 것이나 잘하지 뭐 연기하러 오냐고 구박도 받았다. 서러웠던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다.”

-언제부터 배우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사극 ‘인수대비’를 하면서 선배들의 칭찬을 많이 받았다. 연기가 이런 거구나 느꼈다. 앞으로 작품을 잘 만나기만 하면 되겠다 싶은 자신감이 차올랐다. ‘인수대비’ 이후 작품이 뜸해지니 다시 위축됐다. 배우라고 내 입으로 소개한 적이 없었다. ‘또 오해영’과 ‘우리 연애의 이력’까지 연결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슬쩍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꽤 당당한 캐릭터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5~6월 심리 상태가 굉장히 연약했었다. 자신감 결여, 자괴감도 금방 드는 시기에 오해영을 연기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을 때 위축돼 많이 힘들었는데 (서)현진이가 그 마음을 알았는지 마음을 써줬다. ‘언니 재미있는 일 없어?’, ‘언니 스패니시 공부하고 남미 여행가자’며 챙겨줘 고마웠다.”

-극중 해영이와 닮은 점이 있나.

“겁이 많다. 미움 받을까봐 나도 참 뭐든 열심히 했다. 어릴 때 예능프로그램에 나가 동방신기의 팬덤을 뒤흔든 적이 있는데 팬들로부터 큰 미움을 받은 뒤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 뒤로 두려움도 생겼고 사랑받고 싶어 미운 짓을 안했다. 물의를 일으키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도발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나.

“나쁜 도발은 아니었는데 질타를 받으니까 그마저도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어떻게 됐냐면 재작년 런던에 어학연수를 갔는데 밤에 무서워 나가지도 못하고 학교와 집만 왔다갔다했다. 수업 후 집에서 와인 마시며 울기도 했다. 참 마음이 약하고 겁이 많은 걸 깨달았다. 그런 모습을 고치려 하기 보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눈물 나면 흘리자고 토닥였다.”

-실제 사랑하는 모습은 어떤가. 해영에게 공감이 되던가.

“20대 때 다 꺼내놓은 사랑을 했었다. 아픈줄 모르고 겁도 없이 사랑했다. 나이가 드니 마음이 다칠까봐 머리로 하는 사랑이 생긴다. 극중 도경이가 해영과 결혼하는 이유로 ‘불쌍해서 어떻게 버리냐’고 하는데 그걸 듣고 나라도 떠났을 거다. 대신 얘기를 했겠지. 사랑하는 여자 찾아가라고.”

-‘또 오해영’ 결말이 결혼으로 끝났다. 결혼적령기다.

“이 드라마 찍고 결혼하기 싫어졌다. 연기 갈증이 더 생겼다. 내 생각에 지금 관운이 들어온 것 같다. 일과 사랑 중에 일로 풀고 싶다.”

-쉬운 얘기로 돌아가자. 몸매 관리 어떻게 하나.

“아유~ 말도 마라. 이거 쉽지 않다. 회사에 촬영이 있으면 두 세달 전에 알려달라고 할 정도다. 요새 다이어트하면 요요가 빨리 온다. 무작정 굶기 보다 조금씩 양을 조절해 먹으며 뺀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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