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외국계 IB는 77억 수수료 챙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 상품의 대부분이 최고수익률 연 3∼4%대인 것으로 조사됐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이 주로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상당수가 최고 수익 연 3%대의 상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손실은 최대 100%까지 발생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에게만 위험을 모두 전가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DLF 투자자의 상당수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반면 상품을 설계한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약 77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 상품은 총 3535건, 7626억원 어치로 집계됐다.

이 중 최고수익률이 연 3% 이상, 4% 미만인 상품의 판매 규모는 총 574건(16.2%), 금액은 1485억원(19.5%)으로 조사됐다. 최고수익률이 연 4% 이상, 5% 미만인 상품 판매는 2575건(72.8%), 금액은 5287억원(69.3%)으로 나타났다.

두 상품을 합할 경우 최고수익률이 연 3∼4%대인 상품은 모두 3149건(89.1%), 금액으론 6772억원(89.8%)이다. 전체 판매 DLF의 대부분인 셈이다.

반면 최고수익률이 5% 이상, 6% 미만 상품은 고작 380건(10.8%), 816억원(10.7%)에 불과했다. 심지어 6% 이상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은 6건(0.2%), 38억원(0.5%)에 그쳤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최고수익률 3%대의 상품 340건을 판매했다. 금액으로는 전체의 20.7%인 82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3%대 수익률 상품이 234건, 금액은 659억원(18.1%)으로 조사됐다.

김병욱 의원은 "수익률은 연 3%대 밖에 되지 않는데 리스크는 고객이 모두 지고 있다"면서 "구조적으로 투자자에게 불리한 상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최고이익이 3~4%대에 불과해 은행으로부터 정확한 설명 없이 '예·적금 금리보다 조금 높은 상품'으로 안내받고 가입한 고객도 상당하다"며 "이로 인해 초고위험 상품이란 점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피해가 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감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DLF 상품과 관련해 JP모건과 소시에테제네랄은 총 77억17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에 대한 수수료로 JP모건이 17억499만원을, 소시에테제네랄이 22억8600만원을 받았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 수수료로는 소시에테제네랄이 36억8200만원을 받았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에도 IBK투자증권이 2억8300만원, NH투자증권이 3억5400만원, 하나금융투자가 3억3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당 DLF 상품을 판매한 10개 자산운용사도 5억5121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윤경 의원은 "DLF 상품은 외국계 IB가 국내 증권사에 상품을 제안하면서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손실에 대비해 외국계 IB와 헤지(위험회피) 계약을 체결하고, 외국계 IB도 해외 선물시장에서 이 상품에 대한 헤지거래를 했다"며 "상품 설계와 판매에 관여한 모든 금융사는 리스크를 헤지해 금리 상승, 하락에 무관하게 수수료 수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DLF 손익 구조는 금융 지식이 제일 무지한 개인이 전적인 리스크를 지고, 금융사는 모든 리스크를 헤지한 역설적인 상품이자 모든 리스크를 짊어진 개인이 이 손익 구조에 대한 설명과 이해도가 가장 낮았던 사기성이 짙은 상품"이라며 "개인에게 팔리는 원금손실상품에 대해 설계부터 판매과정까지 근본적인 제도개선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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