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①] 임성재 父가 전한 PGA 신인상 뒷얘기 ‘데이터 골프+싸움닭'
[단독 인터뷰①] 임성재 父가 전한 PGA 신인상 뒷얘기 ‘데이터 골프+싸움닭'
  • 서귀포=박종민 기자
  • 승인 2019.10.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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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임성재의 부친 임지택 씨 17일 단독 인터뷰
PGA 신인상을 받은 임성재가 아버지 임지택(왼쪽) 씨, 어머니 김미나(오른쪽) 씨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JNA GOLF? 제공
PGA 신인상을 받은 임성재가 아버지 임지택(왼쪽) 씨, 어머니 김미(오른쪽) 씨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JNA GOLF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부모가 자녀 교육을 할 때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2018-2019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상을 수상한 임성재(21)의 뒤에는 골프에 푹 빠져 사는 아버지 임지택(54) 씨가 있었다. 부친 임 씨는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PGA 투어 더 CJ컵 대회 기간이었던 지난 17일 밤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아들 임성재에 관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임성재는 이 대회에서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39위에 머물렀다.

부친과 함께 만들어 가는 ‘데이터 골프’

사실 임성재의 강점은 ‘꾸준함’이다. 그는 지난 시즌 35개 대회에 출전하며 강한 체력을 과시했다. 아버지 임 씨는 이에 대해 “투어 선수들 중 체력은 오히려 중하위 수준이 아닐까 한다. 여태껏 체력 보강이나 부상 방지 프로그램을 받아본 적이 없고 덤벨, 바벨 등을 들지도 않았다. 호텔 내 헬스장에 가본 적도 없다. 라운드를 하고 쉬다 보면 몸이 회복되는 것일 뿐이다”라며 “장어 등 보양식도 따로 챙겨 먹지 않는다. 가끔 삼겹살을 먹고 싶을 때 먹는 정도다”라고 고백했다.

임성재가 PGA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데는 아버지와 함께 만들어가는 ‘데이터 골프’가 큰 몫을 차지했다. 부친은 PGA 투어 각종 대회들의 위상이나 상금 규모, 스토리 등을 훤히 꿰뚫고 있어 기자를 놀라게 했다. 그는 “부모 된 입장에서 골프 정보 검색도 해보고 데이터들도 찾아보고 그런다. 한국 선수든, 저스틴 토마스(26ㆍ미국)와 제이슨 데이(32ㆍ호주) 같은 외국인 선수든 톱 랭커들의 과거를 추적해 본다. 그래서 프로 첫 해 성적, 무명 시절 생활 등 이력들을 살펴본다”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톱 랭커가 됐는지에 대해 (임)성재와 오버랩을 해보고 ‘너도 그렇게 될 수 있겠다’라는 식의 대화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자신감이나 기술을 습득하면 그 다음해는 어떤 그래프 곡선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라는 등의 대화를 계속 해왔다. 횡축을 시간, 종축을 성적으로 봤을 때 톱 랭커들의 그래프는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런 걸 중간 점검하며 ‘한번 잘 해보자’라는 등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 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PGA 투어 더 CJ컵 2라운드 경기에서 임성재가 17번홀 버디 성공 후 갤러리에 인사하고 있다. /JNA GOLF 제공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PGA 투어 더 CJ컵 2라운드 경기에서 임성재가 17번홀 버디 성공 후 갤러리에 인사하고 있다. /JNA GOLF 제공

◆필드에선 싸움닭, 밖에선 차분한 스타일

임 씨는 “성재는 기록을 깨거나 성적에 미리 욕심을 내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하다 보니 순위가 좋고 기록을 깨고 있는 것 같다. 대회를 거를 때 ‘아깝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진정 즐기는 것 같더라. 버디를 잡고 순위가 올라갔을 때 희열과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부터 비거리 등 기량이 출중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경험을 하면 할수록 실수를 줄여가는 등 기술도 좋아지고 있다. 그러니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만약 골프하는 게 힘들면 대회를 거를 때 ‘안 뛰니깐 아깝다’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 아닌가”라고 웃었다.

임성재는 골프할 때는 아버지의 성격을 닮았고 필드 밖에선 어머니의 성격을 닮았다. 임 씨는 “평소엔 내성적이고 조용하며 차분한 스타일이다. 남 얘기도 잘 안 하는 묵직한 성격이다”라며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성격이 확 바뀐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물었더니 “싸움닭이나 싸움개의 기질이 있는 듯하다. 초등학교 시절 골프를 할 때 다른 선수의 부모들이 ‘성재는 싸움꾼과 같은 눈빛이 있다’라거나 ‘싸움꾼의 기질이 있다’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지난 날을 떠올렸다. 아울러 “성재는 어릴 때부터 추석 연휴에도 적어도 30분은 몸을 풀고 와야 한다는 소신 같은 게 있었다”며 자발적면서도 계획적인 아들의 모습을 설명했다.

임 씨는 “PGA 신인상 수상은 기록인 동시에 역사다. 수상으로 성재의 향후 성장 가능성까지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흡족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물론 언젠가 내리막길을 탈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 놓고 있다. 임 씨는 “아들이 항상 잘 할 수만은 없다. 성재와는 향후 그래프가 요동을 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눈다. 하향세를 탈 때 어떻게 자신감을 상실하지 않게 할 것인지도 의논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모 입장에선 선수인 아들의 성적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것만은 막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는 자식과 ‘일심동체(一心同體)’다. 부모가 고생한다는 건 자식이 잘 안됐을 때 하는 얘기이고 지금은 자식이 잘하고 있으니 보람을 느낀다”고 힘주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 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떠오르는 말은 ‘골프 대디(Golf Daddy)’였다. 임 씨는 진정한 의미의 ‘골프 대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