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수익 높이기 위해 '꼼수' 지적도
설계 반영이라더니 관계없는 품목도 포함
발코니 확장 시 선택 가능한 품목표./자료=입주자모집 공고 갈무리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모든 옵션을 발코니 확장 시에만 선택 가능하게 했는데 이건 무조건 발코니 확장하라는 얘기가 아닌가요. 요즘에는 발코니 확장하는 게 당연하다지만 굳이 필요없는 사람도 있을텐데 이런 식으로 하니 강요하는 것 같아요."(40대 견본주택 내방객)

최근 아파트 분양 시 발코니 확장이 필수 사항으로 자리잡고 있다. 설계 시 기본적으로 반영되는 요건인데다, 실사용면적을 넓힐 수 있어서다. 다만 모든 수요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확장 비용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넘나들기까지 한다.

이 탓에 확장을 원치 않는 수요자들도 적지않다. 하지만 한 세대당 수천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확장비를 건설사 입장에선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선택지다. 때문에 일부 건설사가 에어컨 등 선택 품목을 볼모로 발코니 확장을 강요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하면서 옵션으로서의 의미를 잃어 가고 있다.

2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KCC건설은 서울 동작구 동작동 '이수 스위첸 포레힐즈' 분양하며 발코니 확장 시에만 추가 선택 품목을 계약할 수 있도록 했다.

확장을 해야만 선택할 수 있는 품목은 12가지에 이른다. 제약을 둔 품목은 냉장고와 빌트인 가구 등 사실상 '필수'로 꼽히는 옵션들로, 대개 이들 품목은 설계된 공간의 높이와 넓이 등과 들어맞는 제품이기 때문에 수요자들에겐 당연히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견본주택을 방문한 한 30대 신혼부부는 "냉장고와 시스템 에어컨 등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선택하는 사항을 발코니 확장을 해야 선택할 수 있도록 묶어뒀다"며 "하지 않는 건 자유인데 발코니 확장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발코니 확장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이수 스위첸 포레힐즈의 분양가는 전용 면적별 달리 설정됐는데, 모두 1000만원 이상이다. 세부적인 가격대는 전용 ▲59㎡ 1243만원 ▲75㎡ 1265만원 ▲84㎡ 1320만원으로, 발코니 확장을 하면 평당 수십만원의 추가금이 붙게 되는 셈이다. 전용 84㎡의 경우 32평으로 가정했을 때 평당 41만2500원이, 59㎡(25평)은 49만7200원이 뛰게 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가능한 많은 세대에서 발코니 확장을 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 때문에 추가 옵션을 볼모로 발코니 확장을 강요하는 등 일종의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KCC건설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을 반영해 설계가 이뤄졌고 이 설계에 맞는 옵션으로 구성했다"며 "이 때문에 발코니 확장 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통상 분양 단지들이 발코니 확장과 관계없는 옵션의 경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KCC건설이 선택에 제약을 둔 품목 중에는 현관 중문과 시스템 에어컨, 바닥 마감재 등 확장과 관계없이 설치할 수 있는 옵션이 다수 포함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발코니 확장 시 선택할 수 있도록 일부 품목에 제한하는 조건은 종종 있지만, 확장 여부와 관계없이 설치 가능한 옵션까지 제약을 두는 경우는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번에 여러 옵션을 묶은 패키지의 경우 발코니 확장 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는 있으나, 전혀 확장과 관계없는 현관 중문과 에어컨 등의 옵션까지 묶어두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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