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악당 탄생기를 다룬 DC 코믹스 기반 영화 ‘조커’가 뜨거운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개봉 이래 관객 수 460만 명(23일 기준)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 중이다. 다가오는 할로윈 시즌에는 조커 분장이 어떤 캐릭터보다 인기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커’의 흥행으로 계급 사회의 불평등과 빈부 격차를 다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 ‘기생충’ 역시 불평등을 다루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계급 갈등을 다룬 두 영화는 각각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 계급 사회 향한 분노..관객 카타르시스로

‘조커’는 희대의 악당 조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다룬다. 악엔 눈을 뜬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상업영화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배트맨과의 대결이나 액션신 등 오락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 역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커’에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사회의 인간의 욕망, 계급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 취약 계층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루며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를 통해서 아동 시절의 트라우마, 사회·경제적인 지위, 취약계층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등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논의를 하게 된다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커’와 ‘기생충’은 여러 공통점이 있다. ‘조커’는 코미디언을 꿈꾸는 빈곤층 남성을 통해서 계급문제를 조명한다. ‘기생충’에서 백수 가장 기택(송강호)과 그의 가족은 빈곤층을, 성공한 CEO 동익(이선균)과 그의 가족은 부유층의 모습을 대변한다.

‘조커’ 속 광대 아서(호아킨 피닉스)는 계단을 오르고 올라 낡은 집으로 향한다. 살인을 저지르고 분노를 드러낸 뒤에는 계단을 내려오며 춤을 추기도 한다. ‘기생충’ 역시 주요 배경으로 계단이 등장한다. 홍수 속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내려가는 기택의 모습은 빈곤층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두 영화 속 계단은 곧 계급임을 알 수 있다.

다른 듯 같은 주제 의식을 공유한다.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불만이 쌓인 하급계층이 상위층에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 역시 유사하다. 오동진 평론가는 “못 가진 자들의 분노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명장면 패러디 확산..끝없는 화제성 ‘왜?’

두 편 모두 개봉과 동시에 국내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중심으로 명대사와 패러디가 확산되는 등 상당한 화제성을 자랑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양극화 문제와 갈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조커’ 속 아서는 자신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향해 “예의도 배려도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 마저 자신을 조롱하자 “당신도 그들과 같은 쓰레기야”라며 분노한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냄새를 통해 인간에 대한 예의를 말한다. 기택의 냄새에 박사장 부부가 코를 막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서로에 대해 예의와 연민이 없는 사회에서 두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은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이끌고 사회에 대해 깊이 고찰하게 한다.

‘조커’ 관계자는 “계급구조 등 사회 갈등이 한국의 사회적인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는 점도 공감대를 형성한 요인”이라며 “‘조커'의 감정적인 요소들도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관통한 것 같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요소들이 한국 관객의 정서와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두 영화 모두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 관계자는 “‘조커’는 10대 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관객 폭이 넓다”며 “중장년층은 10대~30대와 관람 포인트가 다르다.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 조커의 성장 배경과 모자 관계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두 영화는 단순히 흥행을 넘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갈 방향을 묻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현실의 거울이다. 두 영화의 흥행은 사회 양극화가 현재 세계에 가장 주요한 이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계급 사회가 불러오는 심각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영화들이다”라고 평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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