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는 각각 릴, 아이코스, 글로 브랜드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각사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흡연자 J씨는 최근 흡연량을 줄일 생각으로 담배를 전자담배로 바꿨다.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 논란도 있어 궐련형 전자담배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그러나 퇴근 후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스틱’(담배)을 사기 위해 집 근처 편의점에 들른 J씨는 당황했다.

일반 담배처럼 스틱형 담배에도 타르와 니코틴 함유량이 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는 어떤 성분 표시도 없다. 결국 여러 번 다른 스틱을 구매해 취향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23일 담배 업계에 따르면 KT&G,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 등 궐련형 전자담배와 전용 스틱을 판매하는 담배업체가 스틱의 갑에 타르·니코틴 함유량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지만 스틱의 타르·니코틴의 함량을 몰라 당황하는 소비자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업체는 궐련형 전자담배 브랜드로 ‘릴’(Lill)과 ‘아이코스’(Iqos), ‘글로’(Glo)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전용 스틱으로는 ‘핏’(Fiit), ‘히츠’(Heets), ‘네오’(Neo) 등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에서 판매하는 아이코스 전용 스틱 브랜드 ‘히츠’의 측면./김호연 기자

한스경제가 취재한 결과, 세 업체에서 시중에 유통 중인 모든 스틱에는 일반 담뱃갑에 기본적으로 표시된 타르·니코틴 함유량이 쓰여 있지 않았다. ‘니코틴에 중독, 발암물질에 노출’이라는 간단한 문구와 흡연에 대한 혐오감을 유발하는 사진만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담배업체가 스틱에 어떠한 성분 표기도 하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현행법상 불에 태워 연기를 발생시키는 일반 담배만 성분 표시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담배사업법 25조는 이에 대해 ‘(담배)제조업자와 수입판매업자는 담배 한 개비의 연기에 포함된 주요 성분과 그 함유량을 담뱃갑의 포장지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광고에 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스틱 속의 담뱃잎을 증기로 찐 다음 그 증기를 흡입하는 원리로 사용한다.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발생하는 ‘담배 연기’는 ‘연기’가 아닌 ‘수증기’인 셈이다. 따라서 이 조항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성분 표시 의무가 없는 것은 증기로 된 ‘담배 연기’의 성분에 대한 명확한 측정 기준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라며 “담배업체들도 마음만 먹으면 성분 표시가 가능하지만 법규가 모호해 안 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KT&G의 릴 하이브리드 전용 스틱 ‘믹스’의 측면 사진./김호연 기자

담배 업계는 스틱의 성분표시를 놓고 서로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한 기업이 먼저 성분 표시에 나설 경우 해당 기업 스틱의 성분을 보고 소비자들이 상품을 멀리하는 등 불이익이 생길 것을 걱정하고 있다”라며 “자체적으로 성분을 측정한 데이터는 각자 갖고 있지만 서로 ‘눈치싸움’을 벌이며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의 생각은 소비자들의 생각과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 한스경제는 국민의 건강과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소비자의 지적을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었다.

한 궐련형 전자담배 소비자는 “일반 담배를 사용하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하게 됐다”라며 “처음에 (궐련형) 전자담배의 스틱을 고를 때 니코틴과 타르의 성분 표시가 없어 취향과 목적에 맞는 담배를 고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타르와 니코틴 흡수량은 개인차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적어도 스스로 흡연을 하면서 어떤 물질이 얼마나 많이 몸에 들어오는지 알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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