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최근 방송가에 큰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한 예능보다 저마다의 가치를 추구하는 프로그램들이 자주 보인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재미 등 볼거리를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즐기면서 변화가 찾아온 것. 이에 방송가는 콩트 등 웃긴 소재를 찾기보단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콘셉트를 기획하는 모습이다.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부는 트렌드의 바람을 살펴봤다.
 
 

MBC '같이 펀딩' 스틸컷

■ '가치 있는 일' 하는 예능들
가치 추구 예능의 대표적인 예로는 최근 화제 속에 방송 중인 MBC '같이 펀딩'을 들 수 있다. '같이 펀딩'은 기획 차제가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같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태극기함부터 낙과 피해 농가 돕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감동과 의미를 전달했다. 특히 배우 유준상이 3.1 운동 100주년과 8.15 광복절의 의미를 담아 기획한 태극기함 프로젝트는 1~4차 펀딩에서 준비한 수량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시청자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22일 오전까지 목표 달성율 19775%를 기록, 모금액 1,611,671,800원이 모였다. 펀딩 외에도 홈쇼핑 최초로 생방송 판매에서 1시간 만에 10,000개가 완판됐다. '태극기의 아버지'로 거듭난 유준상은 애국심을 인정받아 제71회 국군의 날 행사에 초청돼 공군가를 제창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낙과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해 기획된 '같이 사과' 역시 일찌감치 목표 달성율 1767%를 기록했으며, 계속해서 펀딩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같이 펀딩'은 가치 있는 일은 지루할 거란 편견을 깨고 선한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방송인 유재석이 이끄는 tvN '일로 만난 사이'도 마찬가지다. '일로 만난 사이'는 유재석과 매회 출연하는 게스트가 제주도 녹차밭, 전남 무안 고구마밭, 인천 강화도 왕골밭, 안동 하회마을 목화밭 등 다양한 노동 환경에서 땀 흘려 일을 하고, 번 돈을 다양한 곳에 쓰는 내용이다. 스타들이 일손이 부족한 곳을 찾아 도움을 전하면서 노동의 가치를 되짚어주고, 거기에 토크쇼가 더해져 유쾌한 웃음까지 선사한다.  

이외에도 스테디셀러 책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tvN '책 읽어드립니다', 집을 구하는 데 실질적인 정보와 꿀팁을 제공하는 MBC '구해줘 홈즈' 등이 저마다의 가치를 추구하며 남다른 예능적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빵빵 터지는 웃음을 유발하기보단 각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가치를 진정성 있게 대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시청률도 '같이 펀딩'이 최근 방송에서 3.6%를, '일로 만난 사이'가 3.5%, '구해줘 홈즈'가 5.9%를 기록하는 등 높은 관심 속에 방영 중이다. 굳이 어떤 콩트나 재미가 없어도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평이다.
 
 

tvN '일로 만난 사이' 스틸컷

■ 평론가 "공공의 가치에 대한 관심도↑"
이처럼 최근 방송에서는 노골적인 웃음보다 소소한 재미와 힐링을 선사하는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이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시대와 사회적 가치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도가 맞물려 찾아온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에는 떠들썩한 게임이나 쇼를 위주로 하는 오락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으나, 리얼리티 시대로 넘어오면서 힐링과 위안, 공감을 추구하는 기획들이 많아졌다.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랑 유사해진 측면이 있다"며 "그런 추세가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가치를 생각하는 쪽으로 진화됐다"고 현주소를 살폈다. 이어  "또 젊은 세대가 촛불 시위 등을 겪으면서 공공의 가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그걸 방송 관계자들이 보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이 생겨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너무 가치에만 집중하지 않고 출연자들 사이에서 예능적 재미도 챙기고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도 짚었다. 하재근 평론가는 "프로그램 주제에 맞게 내용이 흘러가는 것도 있지만, 출연하는 스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토크가 재미를 형성한다"며 "기본적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대중에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최근 트렌드가 이러한 만큼 앞으로 나타날 예능도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는 기획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재근 평론가는 "최근 예능을 살펴보면 자극적인 것이 없다. 공감과 힐링을 주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추세고, 이는 당분간 지속될 거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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