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최근 펀드 환매중단을 선언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비이자수익 확대에 열을 올리던 은행들이 고객들의 발등을 찍었다.

최근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야기한 해외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펀드(DLF)를 가장 많이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이름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번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가 문제를 야기했다.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은 최근 1조 6000억원 규모의 펀드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문제는 환매중단 조치가 결정된 펀드 가입자의 과반수 이상이 은행 지점을 통해 가입했다는 점이다.

23일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중 환매가 연기됐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펀드에 가입한 개인 고객(3606명, 계좌 수 기준) 중 62%(2237명)가 은행 창구에서 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은 최근 DLF 사태로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을 통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는 총 1448명으로, 은행서 해당 펀드에 가입한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하나은행(385명)과 부산은행(216명), 경남은행(97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금액기준으로도 우리은행이 3259억원 가량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해 은행 중 가장 많은 판매 금액을 기록했다. 하나은행(959억원)과 부산은행(427억원)이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가입자수와 가입금액 모두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앞서 해외 금리 연계 DLF 상품을 가장 많이 팔았던 2곳의 은행이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가 환매중단된 것이 은행들의 책임은 아니지만, 이들 은행이 헤지펀드라는 높은 위험성을 가진 금융상품을 은행 고객들에게 무분별하게 판매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금융상품판매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리스크가 큰 상품들을 과도하게 판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은행의 성과평가 시스템이 상품판매 등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해 과도한 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하나은행을 보면 (문제가 된) DLF 상품이 (은행 내부) 인사평가 기간에 집중적으로 팔렸다"며 "(지점 내에서) 가산점까지 주면서 사실상 DLF 판매를 종용했다는 직원들의 말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최운열 의원 역시 "일반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을 판매한다고 인지하고 있다"면서 "주식, 채권 같은 상품보다 위험도가 높은 파생상품을 은행이 60%대로, 증권이 20%대로 팔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은행의 내부통제 취약성과 성과평가지표(KPI)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국정감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DLF 사태는) 내부통제의 취약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실질적으로 KPI에 잘못된 유인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결국 은행들이 자신들의 수익추구를 위해 고위험 상품을 과도하게 판매했다는 얘기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은행이 보다 쉽게, 보다 빠른 방법만을 추구해 (위험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등 과도한 영업을 해 온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한편, 금감원은 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에 대한 분쟁조정도 준비중이다. 이미 상당수 분쟁조정신청이 접수된 상태다.

다만 일반적인 분쟁조정의 경우 투자손실액이 확정된 이후 진행되기 때문에 펀드 환매중단에 따른 분쟁조정은 손실액 미확정을 감안해 조정 진행시기와 구제방안 등에 대한 검토가 진행중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중 환매중단 상황에 직면한 펀드는 최대 157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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