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發 ‘대북사업 중단’, 현대그룹 노심초사
김정은發 ‘대북사업 중단’, 현대그룹 노심초사
  • 조윤성 기자, 김동호 기자
  • 승인 2019.10.23 18:00
  • 수정 2019-10-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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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 “흔들림 없이 사업 추진할 것”... 통일부, “사업 재개 위해 북한과 노력”
원론적 입장에 재계나 증시 큰 충격 없어... 관련주만 소폭 하락
현대아산 사옥에 걸려 있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초상 사진. 사진=연합뉴스
현대아산 사옥에 걸려 있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초상 사진.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조윤성 기자, 김동호 기자] 대북사업에 목말라했던 현대그룹이 김정은의 직격탄을 맞았다. 노심초사 대북사업을 준비해 온 현대그룹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의 시설물을 철거하라는 지시했다는 소식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23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면서 남측 시설들을 남측과 합의해 철거할 것을 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노심초사 대북사업이 열리기만을 기다려왔던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은 김 위원장의 진위파악에 동분서주 하는 모습이다.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입장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대북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에 빠졌다.

김 위원장이 철거를 지시한 북한 금강산에 남측이 건설한 시설은 고성항과 호텔 해금강, 금강산 호텔 등 무려 13곳에 달한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현대그룹이 투자한 자산규모는 그 가치가 수천억 원에 달한다.

현대아산이 그동안 투자한 자산은 금강산 일대 토지임대, 개발사업권 등으로 4억8000만 달러(한화 약 5414억 원), 시설투자로 2268억 원 등으로 총 8000억원에 육박한다. 이중 사업권은 현대그룹이 금강산에 지은 시설물을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이미 지불한 금액이다.

현대아산이 보유한 북한 내 유형자산의 장부상 가치는 566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현대아산이 건설한 대표적 시설로는 호텔 해금강과 금강산 옥류관 등이 손꼽힌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으로 사용돼 온 금강산 호텔은 북한이 소유했지만 운영은 현대아산이 맡아 왔다.

금강산 문화회관은 한국관광공사 소유다. 이외에도 아난티는 금강산 관광지구에 골프장과 리조트 운영권을 갖고 있다. 2008년 850억여 원을 들여 고성항골프장과 리조트를 지었지만, 개장 두 달 만에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으로 중단된 이후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평양공동선언에서 언급되면서 한때 재개 가능성이 나왔으나 최근 대북관계가 냉각기로에 놓이면서 조기 사업재개가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6월 소떼를 몰고 방북에 앞서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6월 소떼를 몰고 방북에 앞서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989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방북해 ‘금강산관광 개발의정서’를 체결하며 첫발을 디딘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시작됐지만 이후 남북관계 부침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2003년 육로 관광길이 열리고 2005년 누적 관광객이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정은 회장, 대북사업 진행은 ‘변함없이’

북한 정부의 금강산 사업 중단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여전히 대북사업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현 회장은 지난 3월에는 대북사업 준비를 위해 4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증자금액 전액을 은행에 예치시킨 바 있다.

현대그룹은 이날 현대아산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관광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측은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현대아산의 금강산사업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금강산관광사업은 지난 30년 남북관계의 상징”이라며 “2008년 금강산 시설에 대한 자산 몰수와 동결조치 이후에도 지난해 금강산관광 20주년 행사를 진행하는 등 관계를 유지해 와 일방적인 단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위원장이 ‘남측과 합의하여’라고 전제한 만큼 정부 측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며 “다만 민간기업이 북한과 직접 대화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금강산관광산업 관련 50년 독점사업권을 보유한 현대아산이 금강산에 투자한 금액은 총 7670억원이다. 이 중 2268억원은 현재 금강산 내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등 시설물에 투자했다. 5597억원은 북한에 지불한 사업권 대가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의 대북제재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며 “남측과의 합의가 전제된 만큼 향후 북미 실무협상 등 국제사회의 제재 완환에 따라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금강산 관광 시작 20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그룹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금강산 관광 시작 20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그룹

통일부, 북과 긴밀히 협의해 진행할 것

정부 당국도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진위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사항에 대해 북측이 요청할 경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남북 합의의 정신, 금강산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금강산에는 정부 차원에서 투자한 재산이 있고, 또 공공기관에서 투자한 자산이 있고, 또 민간 기업에서 투자한 자산들이 있다”며 “북측에서 취한 (자산 몰수·동결) 조치는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할 문제”라며 “개별관광 같은 경우에는 신변안전 보장 여부에 따라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대북 관련주는 급락세... 주식시장 영향은 미미

한편 이날 대북 관련주는 급락세를 보였다. 북한 관광사업 관련주인 아난티 주가는 8% 이상 하락했고, 현대엘리베이터도 7% 이상 빠졌다. 개성공단 관련주인 제이에스티나와 좋은사람들도 각각 4% 가량 약세를 보였다. 반면 장중 7% 이상 하락세를 보였던 현대상선은 최근 하락에 따른 반발매수세가 몰리며 낙폭을 모두 만회, 전일대비 1.6% 가량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 관련된 이슈가 주식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지난해에는 북한과의 대화무드 속에서 기대감도 있었지만, 사실 그때도 전반적인 지수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북 관련주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업종별로 봐야한다"며 "이번 이슈의 주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