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신정원 기자] '전석 매진'을 불러일으킨 박나래의 코미디쇼 '농염주의보'가 넷플릭스에서 펼쳐진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블루웍스에서는 넷플릭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쇼의 주인공인 박나래가 참석해 기획하게 된 이유와 소감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박나래의 첫 스탠드업 코미디로, 지난 5월 서울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티켓 오픈 5분 만에 2천500석을 매진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지난 16일에는 쇼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되며 관심을 얻었다.

이날 박나래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도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사실 저는 콩트를 주로 했던 개그우먼이었다. 작년 겨울, 회사에 막연하게 '제 이름을 건 쇼를 3년 뒤에 해보면 어떨까'라고 얘기를 했는데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다"라고 밝혔다.

박나래는 '농염주의보'를 통해 자신의 연애담을 바탕으로 사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리고 섹시하게,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풍자, 디스, 블랙코미디 등 다양한 소재 중에서도 섹시 콘셉트를 선택한 것에 대해 박나래는 '잘 할 수 있고, 방송에서 못 해본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나래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본인이 가장 편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소재를 택하는 게 좋을 것 같더라. 잘할 수 있고, 방송에서 못 했던 게 뭘까. 국가가 나를 막았던 게 뭘까 생각하다가 섹시 콘셉트가 떠올랐다"며 "그동안 대한민국 연예인으로서 성적인 이야기를 쿨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내가 한번 해보자 싶어서 성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초로 스탠드업 코미디, 성적 농담을 이야기하면서 걱정과 우려도 있었다고. 박나래는 대중의 반응이 예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지레 겁을 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넷플릭스와 얘기가 잘 돼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게 됐지만, 이 장르를 도전한다는 생각이 많이 부담됐다"며 "그래서 넷플릭스 패키지에 가입해 각국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면서 공부를 했다. 그런데도 내가 하는 게 재미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특히 대부분 여성분들은 성적 코미디를 즐기지만, 남성 관객들도 즐길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걱정 어린 마음으로 공연 평가를 찾아봤는데 역시나 호불호가 많았다고도 덧붙였다. 박나래는 "평소 방송을 하면서 정신건강을 위해 리뷰를 아주 조금씩 찾아봤는데, 이번 '농염주의보'는 대중의 평가가 너무 궁금하더라"라며 "넷플릭스를 즐겨보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들은 '수위가 약했다'라는 말이 많았다. 기존 스탠드업 코미디에는 더 센 내용들이 많은데 그거에 비해 약했다고 하더라. 반면 또 TV로 개그를 즐겨봤던 분들은 '199금이다. 69금이다'라고 하는 걸 봤다"고 얘기했다. 이어 "사실 '비디오스타'를 하면서 전유성, 이홍렬 선배님께 개그를 살짝 보여준 적이 있다. 5공(제5공화국) 때였으면 끌려갔을 거라고 하더라"라며 "개그라는 게 주관적이기 때문에 누군가 찡그린다면 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첫 리허설 이후 방송 관계자분들이 '더 세도 될 것 같다', '이 정도면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해줬고, 그에 용기를 얻어 마지막 회에서는 상욕, 안 해도 될 얘기들을 다 풀어서 수위를 높였다"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이날 박나래는 공연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팬에 대해서도 언급해 유쾌함을 더했다. 그는 "객석 정중앙 앉아있던 60대의 어느 멋있는 신사분이 기억난다"며 "과연 내 개그로 웃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옆에 사람을 치면서 박장대소를 하더라. 이런 얘기들을 보통 여성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남성분들이 듣고 웃을까 우려했는데 다행히 너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내 공연을 보면서 회춘했구나 생각하면서 뿌듯했다"고 웃었다.

지난 2006년 KBS 21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어느새 경력 14년 차가 된 박나래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공개 코미디는 물론 DJ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그이기에 앞으로 또 어떤 끼를 발산할지 관심이 모인다. 박나래는 최근 희극인들 사이에서도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어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며 "10월 말에 KBS2 파일럿 예능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 MC도 보게 됐는데, 진행자로서 개그는 못 하겠지만 즐겁게 봐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성적인 농담은 못하겠지만, 성형, 인생사 등 다른 섹션들을 다양하게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지난 9월 서울 앙코르 공연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으며, 현재 넷플릭스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신정원 기자 sjw1991@sporbiz.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