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경제학] 제작부터 배급까지… 자급자족 나선 엔터계
[연예경제학] 제작부터 배급까지… 자급자족 나선 엔터계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9.10.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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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문화 콘텐츠 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자에서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리는 공급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에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 기자들이 나서 그 동안 전문가들이 미처 다루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경제학 이면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열네 번째 순서로 제작부터 배급까지 스스로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며 몸집을 키우고 있는 엔터계 거대 기업들의 동향을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최근 엔터계에서는 대자본을 가진 회사들을 중심으로 '자급자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일명 '자급자족 시스템'이란 콘텐츠의 기획, 제작부터 배급까지를 모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수직적 계열화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의도인데, 점차 이런 '자급자족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들의 몸집이 더욱 커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씨네Q, NEW의 숙원 이루나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애니메이션 영화 '레드슈즈' 등을 배급한 NEW의 영화관사업부는 최근 서울 성북구에 씨네Q 성신여대입구점을 냈다. 2개관 214석 규모의 이 영화관은 전체 좌석이 리클라이너 형태의 시트로 마련돼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씨네Q의 입지에 주목할 만하다. 씨네Q 성신여대점이 자리한 유타몰에는 이미 멀티플렉스 체인인 CGV가 입점해 있기 때문. 씨네Q와 CGV의 정면승부가 펼쳐지게 된 것이다.

사실 극장 사업은 NEW의 오랜 숙원이나 마찬가지였다. CGC, 롯데시네마 등을 보유하고 있는 타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와 달리 NEW는 극장 체인이 없어 작품 배급 시 경쟁력이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관 확보를 위한 준비에 매진하던 NEW는 지난 2017년 경주 보문점 오픈을 시작으로 구미 봉곡, 충주 연수, 서울 신도림 등에서 씨네Q의 문을 열었다.

콘텐츠 분야에서 NEW의 몸집 키우기는 이게 끝이 아니다. KBS2 종영극 '태양의 후예', JTBC 종영극 '뷰티 인사이드' 등을 통해 제작 맛을 본 이들은 올해 JTBC 종영극 '보좌관'으로 웰메이드 제작사 타이틀을 공고히했다. 제작매출이 배급매출을 거의 따라잡고 있을 정도. 이제 NEW는 단순 배급을 넘어 제작, 배급, 유통의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 제 2의 CJ ENM을 꿈꾼다

이 같은 수직·수평적 계열화의 대표주자를 꼽자면 CJ ENM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기획, 투자 배급을 아우르는 영화사업본부부터 tvN, OCN 등 다양한 장르의 전문 방송 채널, 아시아 최대의 MCN인 DIA TV, 드라마 전문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티빙,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기획, 투자, 배급, 라이선스, MD 사업 등을 포괄하는 애니메이션사업본부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를 포괄한 그야말로 '콘텐츠 공룡'이기 때문이다. 이미 CJ ENM은 자신들과 계약한 작가, 배우가 출연한 작품을 자신들이 설립한 제작사에서 만들어서 자신들이 보유한 채널에서 자유롭게 틀 수 있다.

이 같은 완벽한 수직적 계열화를 다른 기업들이라고 꿈꾸지 않을 리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급사들은 물론이고 일부 제작사들까지 TV 채널 수급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좋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더라고 이를 오픈할 채널이 없으면 결국 '을'이 된다는 것. 이 관계자는 "겉으로 내놓고 이야기를 안 할 뿐이지 최근 어느 정도 힘이 있는 엔터사들은 다들 CJ ENM과 같은 길을 걷고 싶어 한다"고 귀띔했다.

■ 느슨해진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

영화와 드라마 제작 사이의 느슨해진 경계는 이 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예다. 2016년 NEW가 '태양의 후예'를 제작했을 때만 해도 영화 배급사가 드라마계에 뛰어드는 일은 생소했다. 하지만 NEW는 그 뒤에도 JTBC 종영극 '뷰티 인사이드', '미스 함무라비', '보좌관' 등으로 꾸준히 드라마 제작을 이어나갔고, 또 다른 대형 배급사인 쇼박스 역시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제작에 착수하며 비슷한 노선을 타기 시작했다. 롯데컬쳐웍스 역시 화이브라더스코리아와 함께 TV조선 종영극 '조선생존기'를 제작한 바 있다.

반대로 CJ ENM의 tvN의 경우 영화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쓰고 '챔피언'의 김용완 감독이 연출하는 드라마 '방법'이 내년 방송된다. 영화사와 드라마 제작사의 경계가 불투명해지면서 자연히 각자 영역에서 일하던 인력들도 섞이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예로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은 지난 달 종영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연출했다.

이런 흐름은 연예인들을 보유한 매니지먼트사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tvN '짠내투어', 뮤지컬 '인 더 하이츠', KBS2 종영극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한 SM C&C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윤종신 소속사로 유명한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는 사명을 미스틱스토리로 변경, 기획사를 넘어 다방면의 콘텐츠 제작사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페르소나'를 론칭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엔터 공룡들의 몸집 불리기는 콘텐츠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예컨대 좋은 대본이 있어도 이것이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제작되기 위해서는 투자부터 기획, 제작, 배급까지 여러 회사들의 손길이 필요한데, 이들 엔터 그룹들이 나선다면 좋은 작품이 한층 빠르게 대중과 만날 수 있게 된다. 물론 우려도 있다. 영세 회사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자본의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러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엔터계에서 곧 군소 업체들이 폐업하거나 큰 회사들에 합병될 것"이라면서 "결국 엔터계엔 공룡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NEW 씨네Q, JTBC, 미스틱스토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