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민 "보수 요청 수차례 무시당해"…신영 "100% 보수"
10% 인하라더니 부동산에서는 '10%+α' 할인가 나돌아
'평택 지웰 테라스' 주출입구./사진=황보준엽 기자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입주한 지 이제 4개여월 지났는데 미분양 단지 분양가를 낮춰서 분양하고 있다. 거기다 발견된 하자도 한 두곳이 아닌데, 제대로 된 보수도 없었다. 하자보수만 제대로 됐어도 이렇게까지 입주민들이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30대 한 입주민)

평택 비전 지웰 테라스 입주자들과 사업 시행·시공을 맡은 신영그룹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입주 후에도 미분양이 이어지자 신영이 분양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고객몰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218가구를 분양했으나, 총 123가구가 입주하고 나머지 95가구는 빈집상태다. 신영은 다른 사업도 진행해야 하는 만큼 미분양을 서둘러 털어내고 자금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입주민은 재산권 침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군다나 입주 4개여월만 누수 등 하자가 잇따르면서 입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지난 23일 오후 찾은 경기도 평택시 용이동 '평택 비전 지웰 테라스'. 주출입구 앞에는 '계약은 자유지만 입주는 절대불가'라고 적힌 현수막으로 둘러 쌓인 천막 아래 10여명 남짓 입주민들이 모여있었다. 시공사를 비난하는 현수막은 이곳 뿐만 아니라 각 동의 테라스 곳곳마다 걸려져 있다.

이들이 쌀쌀한 날씨에도 집이 아닌 농성장으로 모여든 까닭은 단지를 공급한 신영이 미분양 단지의 분양가를 인하하면서부터다. 신영은 '악성 미분양'이라는 준공 후 미분양이 지속되자 이달부터 '회사보유분 특별혜택'이라며 분양가를 10% 인하해 주고 있다.

주민들이 확보한 평택 지웰 테라스 분양 견적서./사진=입주민대표자위원회

입주민들의 반감을 산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신영측이 주장한 할인율과는 달리 추가 할인혜택이 적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 큰 분노를 불렀다. 부동산에서 추가 할인 혜택까지 부여하면서 '10%+α' 할인가가 적용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입주민들이 입수한 분양 견적서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A타입의 경우 원 분양가 4억6400만원에서 특별할인(10%) 4640만원에 추가혜택+α라는 항목으로 2320만원의 할인이 더 적용됐다. 최종 구입가는 3억9400만원으로 총 15% 할인이 이뤄지는 셈이다. 다른 B·C 타입도 조건은 비슷하다. 다소 할인폭은 줄었지만 B타입은 13%, C타입은 12%할인이 이뤄진다.

"이것(분양 견적서)만 봐도 절대 10% 할인은 아니에요. 처음에 제값주고 입주한 사람은 바보인가요. 10% 할인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거기다 추가 혜택까지 횡행하고 있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농성장이 마련된 후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는 홍모씨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분양가 인하 뿐만 아니라 하자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입주민들은 40여분간을 기자를 데리고 다니며 단지 내 이곳저곳 하자가 발생한 곳을 짚어 보였다.

공용홀 곰팡이와 가스배관이 테라스를 향하고 있는 모습./사진=황보준엽 기자

이들이 보수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한 곳은 세대 출입문 옆 창고용도의 '공용홀'과 테라스의 '가스배관'이다. 공용홀의 경우 비가 올 때마다 틈을 통해 빗물이 유입되고, 벽면에서 습기가 차오르는 다는 게 입주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이곳을 방문했을 땐 매캐한 냄새와 함께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으며, 벽면은 물이 흐른 자국으로 얼룩덜룩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가스배관은 테라스 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실내에서 더운 물을 사용하거나 음식을 하게 되면 테라스는 가스냄새로 가득차 앉아있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각 동에선 벽면 갈라짐과 마감 불량 등 여러 하자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신영은 제기되는 하자 문제는 100% 수용하고 보수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입주민들은 입주 당시부터 수차례 요청한 하자 건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가 오면 출입구 쪽 계단으로 흙탕물이 쏟아진다. 흙탕물 자국이 남아 있다./사진=황보준엽 기자

40대의 한 주민은 신영이 자발적으로 보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지운 상태다. 그는 "이미 3차례 가량 요청을 하고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지만, 별다른 답변이 온적도 없고 보수가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입주민 역시 "보수를 해줄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계속해서 하자가 발생하니 시공상 허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도 든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영은 입주자대표위원회와 만나 합의점을 도출해 내겠다는 방침이다. 신영 관계자는 "지난 18일 첫 만남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어느 정도 교감이 오갔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화로 문제를 풀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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