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우려 확산
지난 6월말 1700만원선을 넘봤던 비트코인 가격이 10월 들어 800만원대로 떨어졌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세계 암호화폐 시장 내 시총 1위인 비트코인(BTC) 가격이 급락했다. 지난 6월말 한때 1700만원선을 넘봤던 비트코인은 어느새 800만원대로 추락했다. 상반기 기록했던 연중 최고가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글로벌 1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준비중이던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의 출시 연기 소식에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실망매물이 쏟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24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전날 비트코인 가격은 6.8% 가량 급락세를 보이며 882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월 내내 지켜왔던 900만원선이 하루만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날도 오후 3시10분 현재 전일 대비 1.1% 떨어진 872만9000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간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글로벌 경기우려 등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특히 내년 상반기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반감기로 인해 비트코인의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여기에 페이스북이 스테이블코인 '리브라'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늘며 가격 강세를 이어갔다.

올해 초 400만원 전후에서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지난 6월 26일 장중 최고 1684만원까지 올랐다. 지난 9월 중순까지도 여전히 1000만원 이상의 가격을 유지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미국 정부와 정치권 등의 규제로 인해 '리브라' 사업계획을 연기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비트코인 가격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서 23일(현지시간)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는 비트코인 가격 급락의 불을 당겼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는 미국 의회의 승인이 있기 전까지 리브라를 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커버그 대표는 "리브라는 (달러와 같은) 통화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구상된 것”이라며 "페이스북은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없이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리브라 결제 시스템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 계획을 언급하며 미국도 서둘러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저커버그 대표는 “(중국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전세계에 대한 미국의 자본력과 기술적 리더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리브라는 비트코인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암호화폐이기 때문에 두 암호화폐는 서로 무관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표는 블록체인을 재조명했고, 가상화폐(암호화폐) 가격에 영향을 미쳤지만, 리브라는 비트코인과 완전히 다르다"며 "리브라의 폐쇄형 블록체인은 소수가 네트워크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이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개발형 블록체인 패러다임에 정확히 반대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 급락은 장기 상승장의 시작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이후 장기적인 강세 흐름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누냐 비즈니즈(Nunya Bizniz) 암호화폐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장기적인 가격 상승 시작에 앞서 지금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100주 이동평균선(MA) 아래로 떨어진 것은 강세장의 종료신호라기 보다는 강력한 상승장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트코인은 내년 5월께 반감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자가 받는 보상이 기존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 비트코인의 시장 공급량이 줄어들게 된다.

앞서 2012년 11월과 2016년 7월, 두 차례의 비트코인 반감기가 있었으며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의 급등 장세가 펼쳐진 바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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