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뇌물액 50억' 인정이 변수...소극적 뇌물 고려 시 감경 요소 남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25일 열린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을 가를 파기환송심이 25일 시작된다. 지난 8월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에 대한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을 되돌려 보낸 지 약 두 달 만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오전 10시10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 부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지난해 2월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후 627일 만이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앞선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이 부회장이 재수감 될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1심은 삼성이 국정농단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최서원)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세 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후원금을 뇌물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이를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34억원 상당의 말 3필과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이 뇌물의 성격이 있는지 여부를 다시 판가름하게 됐다.

양형을 가르는 핵심 쟁점은 삼성이 최씨에게 건넨 금전적 제공의 성격에 있다. 법원이 이를 뇌물로 보는지, 횡령으로 보는지에 따라 실형 가능성이 달라진다.

뇌물공여죄는 뇌물 금액과 관계없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지만, 횡령죄는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받는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단대로 뇌물액이 인정될 경우 실형 선고를 피하기 어렵단 예상이 나온다.

삼성이 최씨에게 건넨 말 3필과 지원금은 5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1심과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삼성의 승마 지원 용역대금 36억원을 더하면 뇌물 규모가 86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 측에 건넨 자금은 회삿돈이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 50억원 이상 조항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다만 파기환송심에서 작량감경(정상에 특히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 법관이 형량의 절반까지 감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여전히 집행유예는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법관들 사이에서 말 3필과 지원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이견이 나온 만큼, 파기환송심에서도 이를 둔 법리 다툼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다.

횡령액이 50억원을 넘더라도 정상참작할 사유가 인정되면 판사 재량으로 형이 감경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이 횡령 피해를 모두 변제했고, 국내 경제기여도 등을 고려하면 정상참작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묵시적 청탁에 대한 대가성 뇌물 70억원을 인정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 요구에 응답한 '소극적 뇌물'이라는 점이 감안됐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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