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전협상제도가 난개발과 특혜의 사전 알리바이로 활용될 우려도"
1차토론회 주민 제외시키고, 2차토론 때 비공개 진행…"신뢰할 수 없어"
부산시 "교육 등 문제, 다음단계에서…용도 변경 적절성부터 검토해야"

[한스경제=변진성 기자] 부산에서 사전협상제를 도입한 첫 사례인 한진CY부지 개발에 주거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부산시의 배를 불리기 위한 용도변경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전협상제의 취지에 맞게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공공부문의 콘텐츠가 들어온다면 공익요건에 부합하지만 주거일변도 현상이 나타난다면 막대한 수익을 챙기기 위한 부산시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부산경실련은 24일 오후 부산시의회 의원회관 지하1층 회의실에서 '사전협상제·한진CY부지 개발방향'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개발 수익의 공공부문 기여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김종구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산의 경우 사전협상 대상지 10곳 가운데 알려진 4~5곳이 모두 주거 개발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서울의 4곳을 다봤지만 부산하고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CY부지는 주거지와 인접해있다.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여기서 발생하는 영향에 대한 부분은 누가 책임지느냐"며 "주변에 기반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 여기서 발생되는 일조권·조망권, 환경문제 등은 어떻게 담보하는가 하는 부분도 발생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과연 주거시설 말고는 사업을 제안하는 사업시행자가 개발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개발콘텐츠가 없는가에 대한 부분을 당연히 협의주체인 행정, 사업자, 관련 전문가들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제안하는 사업내용에 공공을 협상하는 단계에서는 전문가와 주민, NGO 대표의 의견이 필요하다"며 "지역의 활성화와 관련된 계획 내용은 주거시설 외에 없을까라는 고민을 한 흔적이 알려지면 부산시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전협상제와 한진CY부지 개발방향에 대한 정책토론회' 모습. /사진=변진성 기자

사전협상제는 부산시와 민간 사업자,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해 공공기여를 조건으로 도심의 대규모 유휴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변경해주는 제도다. 이 절차에는 공공성과 투명성이 담보된다.

박정희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은 "사전협상제도가 난개발과 특혜의 어떤 사전 알리바이로 활용될 수 있는 우려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며 "서울하고 다른 것이 민간 영역에 있어서 새로 바꾸는 부분인데 사전협상을 부산시가 서둘러서 선도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황재문 부산시 YMCA 실장은 "한국사회 흐름과 관련해 우려되는 부분이 지방정부가 주도해 지역을 설정하고 개발계획을 주도한다고 했는데, 지방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며 "기본적으로 필요한 개발외에 난개발을 원하지 않는다. 다음세대가 먹고 살기 위한 최소한의 개발과 지역사회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진행됐던 토론회가 인근 주민을 제외하고, 비공개로 진행된 사실에 대한 부당함도 피력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이라 밝힌 송호성씨는 "입주민들은 시민토론회를 제대로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1차 때는 재송동 주민을 제외시키고, 바로 앞에 있는 저희아파트 조차 제외시켰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소외감을 느꼈다"고 서운함을 내비쳤다.

이어 "참가자 10명을 열의를 가진사람 선착순으로 뽑았다고 했는데 실제 뽑힌 10명은 말도 안 하고 그냥 갔다"며 "이게 신빙성이 있다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나. 입주민은 아무도 없고, 2차 시민토론회를 한다고 했는데 비공개로 했다. 시민들은 어딨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중학교가 부족해 초등학교 5, 6학년이 되면 이사를 가야하는 어려움도 제기했다. 송 씨는 "교육청에서 2년전에 성수초 학생들은 센텀중학교로 다 보낼 수 없다고 공지를 했다. 그러다보니 학부모가 이사를 가는 것"이라며 "한진CY부지에 3천여 세대가 들어오게 되면 중학교를 늘리든지 수원쪽의 미래형통합학교 사업을 참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송동 주민은 "한진CY부지가 준공업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바뀜에 따라 용적률과 땅값 상승에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는데, 부산시에서 기여부분으로 돈을 받는다. 1,100억 원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것에 대한 근거를 알고싶다"고 물었다.

이어 "이 돈을 부산시에서 받는 조건으로 사업자에 용도변경 특혜를 준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개발계획에 보면 사업자가 돈벌어먹을 계획만 있지, 인근이라든지 부산시민이라든지, 나머지 시민이 가져가야 될 이익은 전혀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성태 부산시 도시계획과장은 "사전협상에서 교육, 교통 등 문제를 걱정했는데 이 것은 다음단계에서 하는 것이고, 용도를 바꿔주는게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가를 해야될 것 같다"며 "공공기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시민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비공개 토론에 대해서는 "시민토론회가 2회까지 오기에는 정말로 다양했다. 어떤 사람은 청년시설, 어떤사람은 공유오피스, 문화복합공원, 해운대 구청사 등 다양한 의견을 받았다"며 "그 자리에서 토론을 하라고 만들었지 비공개 밀실을 하려고 한 건 아니다. 지역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용구 부산시의원은 "주민을 대표해 의회가 있다. 주민들이 바빠서 의회에 대신 맡긴 것이다. 의회에서 견제가 미미하게 작동하지 않나하는 부분은 조례개정과 여러 법령 개정을 통해 철저히 시의회에서 감시토록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진CY부지의 민간 사업자는 1,100억 원을 공공에 기여하는 조건으로 부산시로부터 부지 용도를 준공업지에서 일반상업지로 변경받아 사업을 추진하게 되며, 현재 이 부지에는 (주)삼미디엔씨가 레지던스와 주거시설 등 3,071세대 규모의 협상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부산=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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