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쇼크’에 실적부진 대기업 CEO 전전긍긍... 3세 총수 잇따라 외부인재 수혈
‘신세계 쇼크’에 실적부진 대기업 CEO 전전긍긍... 3세 총수 잇따라 외부인재 수혈
  • 김창권 기자, 김호연 기자
  • 승인 2019.10.27 08:30
  • 수정 2019-10-2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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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그룹 인사혁신에 초점, 글로벌 경제 위기 대응... '메기효과' 통해 건전한 기업문화 조성
시계 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각 사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김호연 기자] 재계가 연말 임원인사를 앞두고 3분기 실적 부진을 기록하면서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가 대표이사를 외부 컨설팅 전문가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재계에서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는 특히 창업주와 2세대 총수가 물러나고 대부분 3세 경영인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인재 영입을 통한 사업확대 전략과 내실경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 그룹들이 임원 평가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3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그룹들은 이번 이마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규모 임원 교체와 세대교체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할 경우 그룹 내 적잖은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1일 강희석 신임 이마트 대표이사를 영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강 대표는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서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 출신으로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농림수산부 식량정책과와 농수산물 유통기획과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마트 공채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가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것은 이마트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를 통해 성과주의, 능력주의 경영을 본격화할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변화와 혁신, 철저한 성과·능력주의에 중점을 두고 이번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라고 밝혔다.

외부 출신 대표 영입은 꾸준히 ‘순혈주의’를 주창하던 신세계그룹이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 이갑수 전 이마트 대표도 1992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18년 동안 줄곧 신세계그룹에서만 직장생활을 이어왔다.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신세계그룹이 ‘비순혈주의’로 노선을 틀면서 재계와 업계는 초 긴장상태에 들어갔다.

신세계 이후 롯데나 현대도 칼바람 불수도

특히 지난 분기 유통부문 실적이 부진했던 그룹은 물론 인적쇄신 외에 뾰족한 방도가 없는 타 업계 임원에게까지 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그룹도 유통부문의 부진이 심각하다. 업계 전체적인 부진과 더불어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분위기 쇄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건에 대해 대법원 집행유예 판결을 확정받았다. 추진력을 얻은 롯데그룹은 사업구조 개편에 이어 인적 쇄신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박동운 현대백화점 대표, 황해연 현대박화점 면세점 대표 등의 교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보수적인 범 현대가 그룹의 성격상 대규모 교체는 어렵겠지만 급변하는 업계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다. 오히려 현대백화점이 대형할인마트 사업에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격이 작았다는 지적도 이러한 입장을 뒷받침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새로 영입한 강희석 대표는 컨설턴트 출신으로 학벌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능력 있는 인재인 것을 분명하지만 컨설턴트 출신이 기업의 경영을 맡아 잘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라며 “오히려 기존 세력들의 견제를 이겨내지 못해 경영에 혼란만 가져오는 경우를 적잖이 봐왔다”라고 우려했다.

유통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인사시즌을 맞은 재계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메기효과 위한 세대교체와 인재영입

국내 주요기업들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해 일본의 수출규제 등 불확실한 대외환경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내 인재를 대거 교체하고 새로운 조직문화 형성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외부인재 영입을 통해 각 기업들이 꾀하는 것은 이른바 ‘메기효과’다.

움직임이 둔하고 기존문화에 익숙한 수조에서 살았던 물고기들에게 메기 한 마리를 넣어 생존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낸다. 사업이나 기업을 평소 잘 알고 있던 외부인재를 통해 더 활발해 지고 적극적인 사고로 전환시키기 위한 기업생존 전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현재 다수의 기업들은 내부 평가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룹마다 내부 사정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인사 시점은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재계는 판단하고 있다.

LG의 경우 지난달 16일 LG디스플레이의 새 CEO로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전격 선임했다.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다른 기업들보다 적극적인 인사 혁신이 이뤄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에 취임 2년차를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보수적인 그룹 내 분위기를 깨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대규모 인적쇄신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LG그룹은 지난 21일부터 구 회장을 주재로 하반기 사업보고회를 진행중인데, 사업보고회 기간 동안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들과 만나 올 한해 실적을 점검하고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에 반영할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인사방향은 안정속 신사업 강화

다만 삼성, SK, 현대차 등은 안정 기조 속에서 신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부문에서 김기남 DS부문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철저한 ‘성과’ 위주의 인사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올해는 영업이익 반토막 나면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필벌’ 위주의 인사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안정’ 기조가 예측되는 이유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수출규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조직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려운 만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보완 차원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26% 줄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93%나 급감하면서 13분기 만에 가장 적은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글로벌 메모리 가격하락 영향과 일본 소재 수출규제 등의 악재가 이어졌던 만큼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당분간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다소 의외의 파격인사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4월 이사와 상무 등 임원 직급을 통합하는 등 수평적 조직문화 촉진과 발탁인사 등 우수인재에 성장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임원 인사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외부에서 수혈된 인재를 통해 기업문화가 바뀌고 제품성능이 좋아졌다는 평가에 향후 외부인재 영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직원 평가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고 승진연차 제도도 폐지하면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조기에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 한 만큼 안정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인재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유독 글로벌 이슈가 많이 발생하면서 재계가 어려움을 겪게 됐고,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그러나 최근 재계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인사 혁신을 이끌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