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개봉 전부터 뜨거운 논란이 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흥행 순항 중이다. 지난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2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러나 개봉 전 결코 순탄하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직장 내 성 불평등, 여성 차별, 독박 육아 등의 사회 문제를 다루며 혹자에게 ‘페미 소설’로 낙인 찍힌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개봉 후에도 일부 네티즌들이 평점 테러를 일삼고 있는 가운데 응원과 지지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 성별로 갈리는 평점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영화 섹션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4일째인 27일 오전 10시 기준 성별·나이별 만족도 평가에서 총 2만5530명의 네티즌이 참여한 가운데 여성 9.50점, 남성 2.17점으로 나타났다. 여성과 남성의 점수가 크게 엇갈리며 평균 평점은 6.02를 기록했다.

이는 원작 소설의 영향이 고스란히 이어진 셈이다. 100만 부 이상 팔린 소설은 한국사회에서 겪는 30대 여성의 차별과 억압을 다뤄 여성층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남성들은 소설 속 에피소드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했고 이는 곧 남녀 성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 네티즌 평점과 달리 관람객 평점의 만족도는 높게 나타났다. 총 552명이 참여해 9.60점을 기록했다. 남성 9.50점, 여성 9.64점으로 이견 없이 고른 점수다. 연령별 만족도 역시 10대 9.95, 20대 9.70, 30대 9.56, 40대 9.42, 50대 9.21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네티즌 대상 남성 관객과 관람객 남성 관객이 전혀 상반된 평점을 준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 N차 관람부터 ‘영혼 보내기’..지지 움직임도

영화를 본 일부 관객들은 N차 관람부터 ‘영혼 보내기’ 등 지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N차 관람은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행위를 뜻한다. ‘영혼 보내기’는 관객들이 적은 조조, 심야 시간대를 중심으로 객석을 구매한 후 실제로는 영화를 보러 가진 않는 일종의 응원 문화로 관객 수 집계에 영향을 미친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82년생 김지영’ 관련 게시물에는 “영혼 보내는 방법” “10명의 영혼을 보냈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영혼 보내기’ 운동은 '82년생 김지영'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5월 라미란, 이성경을 내세운 여성 형사 이야기 ‘걸캅스’의 경우 ‘몰카’ 범죄를 척결하는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이유로 일부 남성 관객들로부터 평점 테러를 당했다. 이에 일부 여성 관객들로 인해 ‘영혼 보내기’ 운동이 시작됐고 ‘걸캅스’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일부 배우들 역시 공개적 지지를 통해 영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정유미와 절친한 사이인 유아인은 “부정한 소리에 현혹되지 마시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시기를 바란다”며 “여자의 이야기, 남자의 이야기로 나눌 것 없이 한 사람과 또 다른 사람들이 펼치는 이야기로 이 영화를 보신다면 성별과 차이를 넘어 공감을 통해 우리가 함께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유미, 공유과 같은 소속사인 수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밝혔고 최우식은 “정말 슬프고 재미있고 아프고”라며 영화를 지지했다.

‘82년생 김지영’은 남녀 갈등 조성이 아닌 공감을 추구한다. 남녀 차별의 문제를 남성의 탓으로 돌리는 영화가 아니다. 가부장적 제도 안에서 피해를 보는 남성들의 시선과 이야기도 담겼다.

메가폰을 잡은 김도영 감독은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주변의 누군가가 생각이 나고, 스스로에게 응원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된다면 너무 고마울 것 같다”고 바람을 밝혔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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