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튜브·SNS 통해 항암효과 입소문
식약처 “인체 안전성·효과 보장안돼”
유튜브 화면 캡처

[한국스포츠경제=고예인 기자] 정부가 암 환자들 사이에서 항암 효과가 있다며 입소문이 난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복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지난달 초 미국에서 폐암 말기 환자가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3개월 후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졌다고 복용 후기를 설명한 유튜브 영상은 벌써 조회 수가 220만건을 넘었다. 또 폐암 투병 중인 모 연예인이 "펜벤다졸 복용 4주차에 통증이 줄었다"며 페이스북에 강아지 구충제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을 올리면서 일부 말기 암환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 암 커뮤니티에서는 펜벤다졸에 대한 해외 직구, 구매, 복용 후기 등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이처럼 펜벤다졸에 대한 이상 열풍이 지속되자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개 구충제의 항암 효과에 대한 확신이 사람에게 위험할 수 있는 수위에 도달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대한암학회와 함께 “동물용 구충제는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라며 복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펜벤다졸이 `항암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식약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는 없었고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종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40년 동안 사용돼 안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용 대상은 동물이었고 사람이 사용할 때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체내 흡수율이 20% 정도로 낮아서 안전하다`는 주장은 흡수율이 낮으면 효과도 작을 가능성이 높고, 고용량을 복용하면 독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식약처는 "항암제는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할 수 있다"며 "한두 명이 효과를 봤다고 해서 약효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항암 효과를 위해 펜벤다졸을 고용량·장기간 투여하면 혈액,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대한약사회도 "내과 전문의로 알려진 의료전문가가 사람 구충제도 항암 효과가 있다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대한약사회로서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동물 구충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 측은 "촉망받는 신약들조차 유효성·안전성 입증이라는 의약품 허가 장벽을 넘는 것이 극히 어렵고, 엄청난 시장점유율과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드러나 퇴출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임상적 검증도 거치지 않고 객관적 근거도 없는 물질을 믿거나 말거나 식의 설(說)에 기대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근거 없이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왜곡된 정보 차단과 이를 조장하는 보건의료인 제재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국민들께는 소중한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공인된 보건의료 시스템을 이용하여 검증된 치료법에 따르는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받은 펜벤다졸 성분 주요 의약품 현황에 따르면 국내 허가 품목은 파나쿠어, 옴니쿠어 등 42개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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