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자율협약 유지냐, 파기냐... 환경부 용역결과 계속 늦어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사이의 '공병 전쟁'이 장기회되고 있다./롯데주류 제공

[한스경제 김호연 기자] 소주 시장점유율 1위·2위를 다투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진로이즈백’ 공병의 처분을 놓고 팽팽한 의견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긴 시간 이어지는 줄다리기에 환경부까지 뒤늦게 나섰지만 업계 양대산맥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라 타협점 찾기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주류의 강릉 공장에 쌓여 있는 하이트진로의 소주 신제품 ‘진로이즈백’의 공병은 약 420만 병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이즈백’의 공병이 롯데주류 공장에 묶이면서, 롯데주류는 공병 수용량이 한계에 달했다. 하이트진로도 자사 브랜드의 공병을 재활용하지 못해 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회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쟁점은 공병 회수 비용 문제와 2009년 체결한 자율협약 백지화 여부 등 2가지로 분류된다.

최근 하이트진로는 롯데주류 강릉 공장에 쌓여 있는 ‘진로이즈백’의 빈 병을 반환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롯데주류가 이를 거절했다. 지난 10년 동안 쓰인 소주 공용병과 ‘진로이즈백’ 의 공병을 따로 분류한 것에 대한 대가를 합당하게 받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이트진로는 “롯데주류의 ‘청하’를 10년 간 병당 10.5원을 받고 돌려줬다”라며 “‘청하’ 수준의 비용을 받고 돌려달라”라고 맞섰다. 양사의 의견대립이 계속되면서 롯데주류 공장에 ‘진로이즈백’의 빈 병이 산더미처럼 쌓이게 됐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진로이즈백’의 판매량이 워낙 많아 분류와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청하’를 돌려받는 비용보다 더 많이 들었다”라며 “이 부분에서 ‘청하’와 ‘진로이즈백’은 비교가 불가하다”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쟁점은 주류업계 사이에서 맺은 자율협약의 존속 여부다. 자율협약을 체결한 2009년 이전으로 돌아가 각자 디자인한 병(이형병) 사용을 전면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2009년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무학 등 소주 생산업체는 소주에 사용하는 병을 초록색 공용병으로 사용하자는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법적으로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 보호와 공용병 사용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 등 직·간접적 비용 효율화를 위한 약속이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진로이즈백’을 투명한 병에 담아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협약이 금이 갔다. 강제성이 없는 조약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에서 지난 4월 출시한 ‘진로이즈백’은 예상과 다르게 큰 인기를 끌었다./하이트진로 제공

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에 대해 두 가지 방안이 맞서고 있다. 먼저, 지금까지 시중에 나온 ‘진로이즈백’의 제품 디자인을 예외로 인정하고 향후 생산되는 제품을 다시 공용병으로 판매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하이트진로 등 비롯해 레트로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란 우려 등으로 큰 반발이 예상된다.

다른 방안은 업계에서 그동안 유지해온 협약을 전면 백지화하고 각자의 병을 자체생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사가 공장에 들어오는 공병을 분류해 서로가 일정비용을 지불하고 각자의 병을 돌려받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도 환경문제와 공병 분류비용이 증가해 적잖이 부담이 지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중재에 나선 환경부는 공통의 초록색 병이 아닌 소주병을 재분류해서 돌려주는 데 드는 비용을 객관적으로 산출하겠다며 외부에 용역을 맡기기로 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어느 방안이든 양측의 자존심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돼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환경부의 연구용역 결과가 빨리 나와 일정한 기준점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라고 설명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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