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1년 시장규모 31조원 예상
스마트폰 액세사리 제품의 블루오션 창출
조롱 받던 신문물…생활 속 ‘잇템’으로 떠올라
'에어팟 프로'. /애플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1. ‘콩나물 같이 생긴 저건 뭐지?’ 50대인 조모씨는 3년 전 지하철 출 퇴근 길에 사람들이 귀에 꽂고 있는 물건이 뭔가 의아해 했다. 알고 보니 요즘 최신 아이템 ‘무선 이어폰’이란다. 가격도 비싸다. ‘229달러나 하는 조그마한 물건을 누가 쓰겠어, 유행하다 말겠지’

#2. “새로운 ‘에어팟’ 출시 일이 언제냐?”, “요즘 인싸템(요즘 유행·선호하는 물건) 에어팟 나도 구매했다” 불과 1,2년 사이 무선이어폰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용돈 받는 청소년들도 이 비싼 물건을 갖고 싶어 안달이다.

무선이어폰이 몇 년 전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값비싼 ‘콩나물’, ‘전동칫솔’ 등으로 조롱당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출퇴근 길, 운동 할 때 등 일상생활에서 무선이어폰은 ‘필수템’이자 패션트렌드를 이끌기도 하는 등 많은 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잇템(it item)'으로 주목받고 있다.

애플, 프리미엄 버전 ‘에어팟 프로’ 출시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30일(현지시각)부터 ‘에어팟 프로’를 미국 등 25개 국가에서 출시한다. 에어팟 프로의 가격은 249달러(약 29만원), 국내 판매 가격은 32만9000원으로 결정됐다. 한국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다.

이날 ‘에어팟 프로’는 한 때 국내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실감했다. ‘에어팟 프로’는 애플이 이번에 출시하는 무선 이어폰 '에어팟'의 프리미엄 버전이다.

‘에어팟’이 이렇게 사람들에게 관심 받는 이유는 ‘애플’이 무선 이어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애플은 지난 2016년 9월 기존의 유선 이어폰을 꽂을 수 없는 아이폰7과 함께 에어팟을 선보였다. 선이 없는 이 새로운 생명체(?)는 3년여 만에 연간 1억대가 팔리는 제품으로 성장했다. 애플의 '에어팟'은 지난 2분기 기준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 점유율이 53%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에어팟 프로’가 선사할 새로운 ‘무선 오디오 경험’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필 쉴러(Phil Schiller) 애플의 월드와이드 마케팅 수석부사장은 "에어팟은 전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이어폰이다. 단 한 번의 탭으로 설정하는 경험, 놀라운 사운드, 상징적인 디자인은 에어팟을 사랑받는 제품으로 만들었다. 이제 에어팟 프로로 우리는 이 마법을 한층 더 끌어 올릴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인이어 에어팟 프로는 적응형 EQ로 놀라운 음질을 선사하고 유연한 이어팁으로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으며, 혁신적인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과 주변음 허용 모드를 탑재했다. 우리는 고객들이 에어팟 제품군에 추가된 이 새로운 기능들을 사랑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 IT 전문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에어팟 프로는 마이크를 내장해 외부 소리를 감지해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과, 외부 소리를 들으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주변음 허용 모드가 추가됐다. 에어팟 프로는 전 세대와 달리 인이어(In-ear) 형태로 디자인됐고 물과 땀에 강하고, 무엇보다 인공지능(AI) 비서 역할을 하는 시리 기능이 지원되는 게 특징이다.

즉 사용자가 운동을 하거나 이동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도 실생활에 좀 더 편리하고 업그레이드 된 ‘무선 오디오’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선이어폰 시장은 전쟁 중…AI결합·음성인식, 문서 작성도 가능

애플이 무선이어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다양한 회사들도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며 무선이어폰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무선이어폰 판매량은 4600만대다. 올해 2분기 글로벌 무선이어폰 시장은 전분기 대비 56% 성장하며 약 2700만대 규모를 기록했다. 내년에는 약 3배인 1억2900만대로 늘어나 2021년 시장규모는 270억달러(약 3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 소프트(MS) 등 해외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업체들은 무선 이어폰에 인공지능(AI)기능을 결합한 음성인식이나 번역, 문서작성 등의 성능을 향상시켰다. 에어팟은 이미 2세대부터 음성으로 시리를 불러내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 전송, 앱을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아마존 에코버즈. /아마존 제공

아마존은 자사 인공지능(AI) 서비스 ‘알렉사’를 탑재한 무선이어폰 ‘에코 버즈’를 이달 말 선보일 예정이다. 가정 내에는 물론 웨어러블(Wearable) 기기에도 인공지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구글은 ‘픽셀 버즈2’를 내년 출시할 예정이다. 픽셀 버즈2에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호출하는 기능이 적용 돼 구글 번역 앱을 기반으로 한 실시간 번역이 가능해진다.

MS가 이달 초 공개한 무선 이어폰 ‘서피스 이어버즈’는 MS오피스와 기능이 연계됐다. 음성으로 인식 된 내용이 파워포인트나 워드 등의 텍스트로 입력할 수 있어 문서 작업에 최적화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무선이어폰 경쟁도 치열

국내 대표적인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무선 이어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 버즈(왼쪽)과 LG전자 톤플러스 프리. /각 사 제공

우선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출시 한 갤럭시 '버즈'는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3%였던 점유율은 올해 2분기 8%로 크게 오르며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격도 16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하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 버즈에 AI 비서 빅스비가 연동돼 있다. 또 ‘개방형’인 애플 에어팟과 달리 귓속으로 꽂아 넣는 ‘커널형’으로 주변 소음을 완벽에 가깝게 차단한다는 설명이다. 갤럭시 S10·노트10 등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 뒷면에 올려두면 무선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공유 기능도 장점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웠다. 28일 출시 된 ‘톤플러스 프리’의 출고가는 25만9000원으로 삼성 갤럭시 버즈(15만9500원)는 물론 에어팟(1세대 21만9000원·2세대 24만9000원)보다도 높은 가격이다. 프리미엄 가격대만큼 풍부한 저음과 깨끗한 중·고음, 입체감 있는 음향을 구현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LG전자는 무선 이어폰의 과도기 모델인 넥밴드형 제품을 최초로 선보였다. 출시 7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2000만대의 판매를 기록한 경험이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애플 추격전이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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