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천우희가 또래 여성으로 분했다. 최근 종영작 JTBC ‘멜로가 체질’부터 개봉작 ‘버티고’에 이르기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30대 직장 여성으로 변신해 현실과 맞닿은 연기를 펼쳤다. ‘버티고’에서는 30대 계약직 디자이너이자 모든 관계와 생활에서 위태로움을 느끼는 서영으로 분해 밀도 있는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천우희 역시 서영처럼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영화 속 ‘당신은 떨어지지 않아요, 괜찮아요’라는 대사가 내게 하는 말 같았다”라고 털어놨다.

-여성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영화다. 근래 없던 영화이기도 한데.

“영화가 전체적으로 서영이라는 인물의 감정선을 이어간다. 또 서영의 감정을 계속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 아닌 부담을 느꼈다. 오랜만에 다시 연기를 해서 자신이 없는 상태이기도 했다. 스스로를 의심했던 시기였다. 현장에 가서 연기하고 집에 와서 곱씹으며 부족한 건 없었는지 돌아보곤 했다.”

-‘버티고’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년 정도 쉬었다. 쉼 없이 연기를 계속 했는데 힘든 순간에도 그것을 넘어서면서 연기했다면 작년에는 그럴만한 여력 자체가 없었다. 좋은 시나리오들이 정말 많았고, 탐이 났지만 그 때는 스스로를 ‘별로’라고 생각했다. 다른 작품들을 선택하는 것도 두려웠다. 하지만 마지막 관우(정재광) 대사에서 ‘당신은 떨어지지 않아요. 괜찮아요’라는 말이 큰 위로가 됐다.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스르고 연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된 삶을 살아가는 서영을 연기하다 보니 감정적으로 힘에 부쳤을 텐데.

“힘든 연기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다들 걱정하시는데 촬영이 끝나고 나면 그건 연기다. 연기를 하는 순간에는 그 상황이 진짜라고 믿고 끝날 때 최대한 힘든 감정을 털어내려고 한다. 오히려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될 때도 있다. 힘든 순간들을 마음에 쌓아두지 않는다.”

-호흡을 맞춘 감독들은 ‘천우희는 힘들어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데.

“내 기질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행동을 하면 금방 퍼진다. 누구나 다 힘든 상황인데 내가 집중을 하지 않으면 기회는 또 오지 않는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나.

“이 작품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현장에 있는 게 제일 좋았다. 물론 힘든 순간에도 나를 도와주는 주변인물들이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잘 못 볼 때가 있지 않나. 이 작품을 하면서 다시 예전 마음으로 돌아갔다. 다시 의지를 다지게 됐고, 이후 ‘멜로가 체질’을 만나면서 또 에너지를 받게 됐다. 옥죄는 마음이 한 꺼풀 벗겨졌다.”

- ‘멜로가 체질’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실적이고 코믹한 드라마로 각광 받았는데.

“사실 현실적으로 보이는 드라마지만 어떤 것들에 대한 리액션을 할 때는 판타지에 가까웠다. 내가 연기한 임진주라는 캐릭터도 아주 일상적으로 보이지만 캐릭터적인 면모가 강하다.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했다. 스스로 중심을 잡고자 했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코믹한 연기를 했는데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낄까 봐 걱정도 했다. 연기를 하면서 점점 자유로워졌다. 이 작품 후에는 조금 더 마음을 열어놓고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연기를 높이 평가 받다 보니 다음 작품에 대해 부담감을 느낄 텐데.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은 늘 있다. 나는 내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 싫다. 모두가 다 잘했다고 칭찬해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와 닿지 않는다. 작품적으로는 만족스러워도 연기적으로 아쉬운 순간이 늘 있다. 쑥스러움도 많이 타는 편이다.(웃음) 늘 새로운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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