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조커’가 국내에서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82년 김지영’의 개봉, ‘말레피센트 2’의 약진 속 이뤄낸 결과다. 지난 2일 개봉한 ‘조커’는 3일만에 100만, 5일만에 200만, 9일만에 300만, 14일만에 4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28일 만에 500만 고지를 넘어섰다. ‘조커’의 국내 흥행 순위는 아시아권에서 1위다. 북미 지역을 제외해도 영국, 멕시코에 이은 3위다. 한국이 이토록 악당 ‘조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커’는 희대의 악당 조커를 코믹북이 아닌 영화를 위해 재창조된 탄생 서사를 다룬다. 그동안 다수의 영화에서 조커를 다뤘지만 탄생기를 다룬 작품은 전혀 없었다. 때문에 조커의 탄생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곧 영화 관람으로 이어졌다.

자신을 ‘조커’라고 불러달라는 극 중 아서(호아킨 피닉스)는 불평등한 계급 사회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코미디언이라는 꿈을 품고 있지만 사회는 그를 등한시하고 조롱한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혐오, 계급사회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아서는 스스로 악인이 된다. 자신을 조롱하는 금융맨들을 살해하고는 화장실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조커의 모습에 분노하거나 공분을 느끼는 관객은 드물다. 오히려 조커에 열광하고, 할로윈 분장을 하는 등 다양한 패러디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로 쓰인 계급사회와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강한 반감이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커’를 두고 “자기 연민이 과하다. 한국이었으면 국밥 한 그릇, 소주 한 잔에 훌훌 털어버렸다”고 평하기도 했다. 우스갯소리 같은 이 말이 회자되는 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기 연민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악당을 의미하는 빌런이 트렌드로 떠오른 현상 역시 ‘조커’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어벤저스’ 시리즈의 타노스(조슈 브롤린)에 공감하고 ‘말레피센트’ 시리즈 속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마녀가 인기 있는 것만 봐도 빌런에 대한 거부감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복잡한 세상이 선보다 악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다 보니 악에 대한 소구가 많아진 것 같다”고 평했다.

500만 고지를 넘은 ‘조커’의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철학적 메시지와 복선을 재해석하려는 관객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호아킨 피닉스의 압도적인 연기 역시 호평을 얻고 있다. 그동안 조커를 대표하는 인물로 불린 故히스 레저를 능가한다는 평이 이어진다. 내년 2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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