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채성오] 증강현실(AR) 기반 모바일 게임 ‘포켓몬 go’가 전세계적인 열풍을 이끌어 내자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관련 게임 개발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AR 산업을 가상현실(VR)과 함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이는 본질을 벗어난 진단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맹목적인 따라잡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지울 수 없는 현실이다.

▲ 그래픽=채성오기자

실제로 나이언틱 랩스와 닌텐도가 포켓몬 go를 출시하기 이전부터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는 AR 기반 게임들이 출시돼 왔다. AR 기술을 통해 카메라로 비춘 배경 안에 적 헬기를 격추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부터 포켓몬스터와 유사한 수집·육성형 게임도 있었다.

이를 두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기 요인이 다르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사례로 든 콘텐츠는 스마트폰이 생겨날 시기부터 최근 몇 년 새 순차적으로 출시됐던 게임들이다. 어지러움과 재미 요소의 한계 등으로 외면받던 AR 콘텐츠가 포켓몬 go를 통해 순식간에 '왕 대접'을 받는 아이러니함이 연출되고 있다.

포켓몬 go는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라는 강력한 IP와 AR이 접목돼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게임 전문가들은 포켓몬스터가 아니었다면 포켓몬 go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세계적인 흥행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포켓몬 go. 공식 홈페이지 캡쳐

앞서 포켓몬스터는 닌텐도에서 제작한 게임 시리즈로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소유욕을 불러 일으키는 피카츄, 파이리, 꼬부기, 이상해씨 등 다양한 포켓몬을 통해 관련 캐릭터 상품들이 큰 유행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반 포켓몬스터 빵을 사면 얻을 수 있었던 ‘띠부띠부 씰’이 인기를 모으며 희귀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는 이들이 급증할 만큼 신드롬을 낳았다.

흥행의 주 요인은 포켓몬스터 IP이며 AR 기술이 주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이른바 ‘대박 따라하기’ 현상이 세계적인 킬러 콘텐츠의 부재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쌓은 전문성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것보다 ‘트렌드’라는 그럴싸한 명목에 이끌려 따라하기 바쁘다는 것.

일례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Alpha GO)' 신드롬이 있다.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통해 ‘인공지능(AI)’이 화제가 되자 ‘한국판 알파고’를 만들겠다며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AI에 몰려 들었다. 비록 AI 산업이 기술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현재까지 유의미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 알파고와 대국을 끝낸 이세돌 9단이 데미스 하사비스(왼쪽) 구글 딥 마인드 CEO에게 자신의 친필 사인이 담긴 바둑판을 선사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이호형 기자

알파고의 흥행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기술 개발력과 활용에 있다. 딥마인드사는 2010년 9월 설립 이후 인공지능 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2014년 구글이 5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자금력까지 확보되면서 지금의 알파고로 업그레이드 된 것.

실제로 알파고가 흥행을 거두기 전까지 IBM의 '왓슨(Watson)' 등 세계적인 AI 기술이 있었음에도 한국에서는 관심도가 낮았다.

‘렛잇고(Let It Go)’ 열풍을 이뤄낸 ‘겨울왕국 신드롬’도 유사한 사례다. 겨울왕국은 월트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마법의 힘을 타고난 어린 여왕 ‘엘사’와 여동생 ‘안나’의 모험을 그린다.

극중 엘사가 부른 주제곡 렛잇고는 이디나 멘젤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돋보인 노래였다. 그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던 여성 캐릭터의 주체적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주 타깃층인 어린이는 물론 성인 관객까지 겨울왕국의 매력에 빠지게 했다. 디즈니의 변화와 혁신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겨울왕국은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함과 동시에 관련 캐릭터 상품, 주제곡이 큰 인기를 얻으며 하나의 신드롬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강력한 IP를 통해 트렌드를 창조한 셈이다.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시장 주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작사나 배급사들의 외면을 받아 왔다. 관련 애니메이션 제작이 뒤늦게 이어졌으나 성과를 거둔 토종 애니메이션은 아직도 찾기 힘들다.

한 경제연구가는 "포켓몬 go의 성공은 AR보다 포켓몬스터라는 강력한 IP 비중이 훨씬 높다"며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콘텐츠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뛰어난 IP와 창의적인 시도 및 전문성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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