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 오늘부터 소형생수병 반입금지... 주요기업도 잇따라 동참나서
이재용 부회장-녹색경영, 정의선 부회장-미세먼지 감축에 앞장, 최태원 회장-사회적 가치창출
국내 재계 5대그룹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줄이기에 적극 나섰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강한빛 기자] #경기도 수원의 삼성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달부터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에서 시작되는 페트병 줄이기 운동에 임원들이 솔선수범하라는 지시 때문이다. 그동안 일회용품 중 대표적인 종이컵을 줄이기 위해 소형 페트병 생수를 자주 찾았는데 이마저도 사용이 금지된 탓이다. 외부 손님이 찾아오거나 회의가 개최될 때 개별 자리에 놓아뒀던 생수병을 치우게 되면 대체재를 뭐로 해야 할 지 고민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미세 플라스틱이 지목되면서 기업들마다 플라스틱 및 페트병, 일회용품 등을 줄이기 위한 전략에 골몰하는 양상이다. 바다로 유입돼 해양생물에 피해를 주는 미세 플라스틱이 소비자의 밥상을 위협하면서 기업들이 전사적으로 플라스틱과 페트병 사용 자제에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주요계열사가 오늘(1일)부터 500㎖ 이하 생수 페트병사용을 일제히 중단키로 하면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1회용품 줄이기를 통한 환경경영을 위해 500㎖이하 생수 페트병 사내반입을 일체 금지키로 했다. 생수사용을 중단하는 대신 주요 임원들에게는 텀블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사내식당 내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 같은 삼성의 움직임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녹색경영’의 일환인 것으로 관측된다. 맏형인 삼성전자가 페트병 줄이기에 나서 여타 계열사들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사내 식당 테이크아웃 메뉴 플라스틱 감축 활동에 나서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물산 등 모든 계열사로 확대된 바 있다.

삼성 주요계열사는 환경보호를 위해 사내식당 테이크아웃 메뉴의 플라스틱 감축 활동을 펼치며 ▲플라스틱과 비닐 재질을 재생종이 재질로 변경 ▲1회용 숟가락과 포크의 비닐포장 제거 ▲플라스틱 소재의 포장음료 줄이기 ▲에코백 사용 독려 등을 추진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11월 1일부터 삼성 내 페트병 사용을 전면 중단한다”며 “직원들에게 텀블러를 나눠줄 예정이며 전 계열사가 동참하게 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텀블러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미세먼지 인증시 에코머니 지급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부터 3개월 동안 친환경 사회 공헌 캠페인 ‘2019 아이오닉 롱기스트 런’을 진행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아이오닉 롱기스트 런은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달리며 미세먼지 절감에 동참하는 프로그램으로 깨끗한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개최돼 왔다.

현대차는 올해 일상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활동을 실천하고 인증하는 에코러너 무브먼트 챌린지를 함께 개최하고 참가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대중교통 또는 친환경차 이용, 텀블러 이용 등 삶 속에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활동을 한 후 전용 앱에 사진을 업로드해 참가를 인증하면 경품 응모가 가능한 에코 마일리지를 제공하게 했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교통안전캠페인을 펼치면서 제작한 ‘어린이용 특별 우산’ 경량 알루미늄과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가볍고 튼튼해 찢어지거나 거센 바람에 휘거나 부러질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최태원 SK회장은 지난 5월 서울 워커힐에서 개최된 SOVAC2019에서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사용자제를 권장하기 위해 텀블러를 구매했다. 사진=SK그룹

SK, 작년부터 일회용품 일체 반입금지

SK도 지난해부터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인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한 일상 속 작은 실천을 위해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는 환경캠페인을 펼쳐 왔다. SK그룹은 SK㈜를 비롯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SK이노베이션 등 종로 서린빌딩 입주사를 중심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일회용컵 사용을 일체 중단했다.

SK그룹에서는 주요계열사 임원들이 솔선수범하고 나선 게 특징이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가장 먼저 동참하고 나섰고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비롯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6명은 사내 홈페이지에 머그컵·텀블러 인증샷을 올리는 이벤트를 통해 환경경영에 동참했다. SK이노베이션은 생활 속 환경보호 정착을 위해 ‘아·그·위·그 챌린지’(I green We green Challeng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환경캠페인은 ‘나’의 작은 실천을 통해 ‘우리’가 속한 환경을 푸른 빛으로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SK그룹 중에서는 SKC가 최초로 올해 출범한 AEPW에 가입했다. AEPW는 각국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와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활동을 벌이는 국제 기업단체다. AEPW는 바스프, 다우케미칼, P&G, 펩시코 등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거나 가공·수집·재활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의 완성은 환경 보호가 핵심 요소 중 하나”라며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환경보호 활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LG, 마곡지구에 텀블러문화 확산

LG그룹의 IT(정보기술) 서비스 자회사인 LG CNS도 자사 연구개발(R&D) 단지인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일회용컵 줄이기 캠페인에 나섰다. LG CNS는 최근 텀블러 700개를 제작해 임직원과 외부 고객들에게 배포를 시작했다.

LG CNS는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텀블러 사용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무료 커피' 혜택도 마련했다. 텀블러를 들고 사내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 커피를 40잔까지 무료로 준다. 회사는 사내 성과를 바탕으로 LG 계열사 8곳, 임직원 1만7000여명이 입주한 마곡 사이언스파크 전체로 캠페인을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LG CNS 관계자는 "일회성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고 텀블러 사용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독려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지난 6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릴레이 친환경 캠페인인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에 동참했다. 사진=롯데칠성음료

롯데,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동참

롯데그룹은 올해 6월부터 전문경영인들이 참여한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캠페인을 펼쳐왔다. 릴레이 캠페인으로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위한 캠페인이다. 텀블러나 머그잔 등을 이용하고 이용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올려 다음 참여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계열사 중 가장 페트병 사용량이 많은 롯데칠성음료는 플라스틱 원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페트병 경량화에 나섰다. 생수브랜드 아이시스8.0을 포함해 ▲트레비 ▲게토레이 ▲델몬트 주스 등을 이전과 비교해 무게를 약 10~40%께 줄였고 향후에도 제품 안전성 및 음용 편의성을 고려한 추가적인 페트병 경량화를 지속 연구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유색 페트병을 투명 페트병으로 대체하기 위해 제품의 재질구조 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롯데푸드도 요거트 제품을 출시하면서 플라스틱 용기 대신 종이컵을 사용키로 했다. 이유식 제품에도 물을 얼려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보냉팩을 가정배달시 제공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가 최근 이슈로 급부상했다"며 "기업들이 임원들부터 솔선수범하며 사회적 가치창출에 동참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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