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본 관객들이 떠올리는 티모시 샬라메의 이미지는 풋풋한 소년 그 자체다. 미소년같은 비주얼에 여리여리한 체구가 그의 소년미를 더 부각하게 했다. 그런 티모시 샬라메가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진정한 군주가 되는 과정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표현하며 완벽한 변신을 꾀한다.

‘더 킹: 헨리 5세’는 프랑스 정복을 완성한 영국의 군주 헨리 5세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할(티모시 샬라메)은 왕위 계승자로서 의무를 거부하고 술주정뱅이 기사 존 폴스타프(조엘 에저턴)와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아버지인 헨리 4세(벤 멜덴슨)가 사망하자 어쩔 수 없이 왕위를 물려받게 된다.

유년시절 자신이 본 전쟁의 폐해와 무용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헨리 5세는 나라에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왕실의 정치에 휘말리게 되고 어떤 것이 진실인지, 누구를 믿어야 할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 갑작스레 왕의 자리에 오른 그는 권력의 외로움과 광기, 프랑스의 위협으로 고통을 느낀다.

영화 '더 킹: 헨리 5세' 리뷰.

영국을 통합하고 프랑스를 정복한 역사적 사실보다 왕관으로부터 도망친 할이 어떻게 왕이 됐는지를 다루는 게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평화를 추구하던 그가 왕의 자리에 오르고 난 뒤 겪는 고뇌와 고통, 선택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진정한 리더란 어떤 것인지 묻는다. 모두가 기다리는 이상적인 리더를 다루며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더 킹: 헨리 5세’는 화려한 전투신 대신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느 전쟁영화 속 스케일이 큰 전투 장면보다 전쟁의 참혹함과 허무함을 강조하며 인간의 욕망을 들여다본다. 거짓과 음모가 난무하는 왕실에서 살아남는 할이 왕비로 맞이한 프랑스 공주에게 “내게 진실만을 말해 달라”고 하는 마지막 신에는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영화의 중심에는 티모시 샬라메가 있다. 기존의 유약한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연기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치기 어린 소년이 성장하고 변화하며 군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채로운 감정 연기로 표현한다. 특히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절제된 연기가 일품이다.

프랑스 왕세자로 분한 로버트 패틴슨의 새로운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허당기가 있는 사이코패스 같은 캐릭터로 할과 적대 관계다. 팽팽한 고무줄을 당기는 듯한 이들의 연기가 영화의 묘미를 살린다.

다만 인간 내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전개가 평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극적 긴장감보다는 현실적인 전투와 할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는 탓이다. 오락영화보다는 작가주의적 색채가 짙다. 지난 달 23일 메가박스를 포함한 일부 극장에서 개봉했으며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40분.

사진=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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