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집값 오르는 속도 더디다”… 우리 단지에는 안돼
개포 디에이치아너힐즈 임대동./사진=황보준엽 기자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임대아파트 홀대가 여전하다. 임대동을 일반아파트와는 외관을 구분짓거나 멀리 떨어뜨려놓는가 하면 일조권이 안 좋은 북향에 임대 세대를 몰아넣는 등 상대적으로 차별을 두고 있다. 임대물량이 환영을 받지 못하는 데는 '집값' 영향이 가장 크다. 임대주택이 많은 단지의 경우 그렇지 않은 단지보다 가치가 낮아져 집값 상승폭이 더딜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A건설사가 분양하는 서울시 종로구에 짓는 모 아파트 민간 임대주택(전용면적 76㎡ 10가구·63㎡ 11가구) 절반을 북쪽에 배치했다. 일조권은 북향이냐 남향이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남향에 이어 동향, 서향, 북향 순의 선호도를 보인다. 북향의 경우 직사광선이 들지 않아 가장 선호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결국 상품성이 가장 떨어지는 곳에 임대주택을 몰아넣은 셈이다. 거기다 해당 임대동의 맞은편에는 4층 및 8층 규모의 빌딩도 위치해 있어 일조권 확보에 상당한 지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통해 용적률 등의 혜택을 얻을 수는 있지만, 막상 입주민들은 자기가 들어갈 동에 임대주택이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홀대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지난 9월 입주를 시작한 개포 디에이치아너힐즈는 임대동을 일반 분양 아파트와 구분지었다. 다른 색상의 대리석과 페이트 등으로 마감했으며, 위치 역시 주 출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후미진 곳에 몰아넣었다. 같은 동에 배치했지만 입구와 비상계단을 분리한 곳도 있다. 서울 마포구 메시나폴리스는 임대가구(4~10층)와 일반 분양 가구(11~29층) 같은 건물에 있지만, 임대 가구 계단에선 11층 이상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다.

단지 내 분양과 임대 주택이 함께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지난 2003년 '소셜믹스' 단지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임대주택 비율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연면적의 비율로 용적률이 늘어나게 되면 커뮤니티 시설을 확충하고 공급 세대수도 늘어나게 된다. 수익이 느는 사업자와 커뮤니티, 분담금을 낮아지는 혜택을 받는 입주민들에게 모두 윈윈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반발이 크다. 내가 입주하는 동에 임대주택이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식의 주장이다. 입주 시 지불하는 비용이 다르고, 임대주택이 끼어있으면 집값 오르는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서 부터 임대주택 홀대가 시작된다.

재건축단지 한 일반분양 입주민은 "분양입주자들은 수억원을 지불하고 들어오는 반면 임대입주자들은 적은 돈으로 좋은 커뮤니티 시설 또는 학군 등의 혜택을 받는다"며 "더군다나 임대가 있으면 집값 상승에도 제약으로 작용해 어느정도 차별을 두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임대주택을 분양되는 곳에 넣는다고 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게 아니"라며 "어떻게 차별없이 임대주택이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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