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곡으로 컴백한 태연.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가요계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퀸'들이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11월 가요계는 속속 음반을 발매하고 있는 여성 보컬리스트들로 풍성하다. 특히 이들은 각기 다른 장르로 승부수를 던져 음원 차트를 한층 더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걸 그룹하면 떠올리기 쉬운 '청순', '발랄' 등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퀸들의 대결에 리스너들도 열광하고 있다.

■ 나왔다 하면 1위… '음원 깡패'들의 귀환

최근 음원 차트는 '콘크리트'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다이내믹하다. 태연부터 아이유, 마마무까지 무대와 음원 차트 모두에서 강력한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잇따라 신곡을 내면서 차트의 변화 속도도 빠르다.

먼저 태연은 지난 달 28일 솔로 정규 2집 '퍼포즈'를 출시했다. 지난 여름 tvN 종영극 '호텔 델루나'의 OST로 삽입돼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그대라는 시'를 비롯해 신곡 10곡과 '사계', '블루' 등 싱글로 발표했던 노래들까지 모두 12곡이 담겨 있다.

태연의 파워풀하고 리드미컬한 보컬을 느낄 수 있는 타이틀 곡 '불티'는 특히 큰 사랑을 받았다. 이 곡은 발표된 이후 멜론, 지니, 플로, 벅스, 바이브, 올레뮤직, 소리바다 등 각종 음원 차트들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수록 곡들 역시 모두 차트에 진입하며 '음원 퀸' 태연의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아이유 신곡 '러브 포엠' 표지.

'호텔 델루나'로 연기자 입지를 다진 아이유도 오랜만에 신곡을 내고 가수로 컴백했다. 아이유는 미니 5집 '러브 포엠' 발매를 앞두고 삽입 곡 '러브 포엠'을 먼저 발표했다. 당초 이 달 초 컴백할 예정이었던 아이유는 개인 사정으로 앨범 발매일을 살짝 연기했는데. 그럼에도 콘서트를 앞두고 '러브 포엠'만은 꼭 먼저 공개하고 싶다면서 1일 오픈했다. 이 노래 역시 발매 직후 멜론, 지니, 벅스, 올레뮤직, 소리바다 등 주요 음원 차트들에서 1위에 올랐다.

이런 여성 보컬리스트의 파워를 이을 주자는 마마무다. 최근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에 출연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마마무.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마마무는 2016년 발표했던 첫 정규앨범 '멜팅'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두 번째 정규앨범을 들고 돌아오기로 했다. 데뷔 곡 '미스터 애매모호'를 시작으로 '피아노맨', '음오아예', '넌 이즈 뭔들', '데칼코마니',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너나 해' 등 여러 노래들을 히트시킨 마마무가 '퀸덤'에서 우승한 좋은 기운을 다시 한 번 차트에서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컴백 앞두고 있는 마마무.

■ 다양성 넘치는 음악, 여성 뮤지션들의 재발견

올 겨울 음원 시장에서 여성 뮤지션들이 뜨겁게 떠오른 건 과감한 시도와 도전 덕분이다. 최근 몇 년 간 걸 그룹 등 여성 아티스트들은 가요계에서 귀엽고 발랄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여성 아티스트들이 발매한 노래들은 이런 콘셉트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일례로 러블리즈의 케이는 본명인 '김지연'을 타이틀로 한 솔로 앨범을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발매했다. 어떤 콘셉트보다 목소리에 집중했다는 케이는 '아이 고'를 통해 강한 힘이 있는 음색을 보여주며 리스너들로부터 재평가 받았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백지영은 신곡 '우리가'에서 구슬프고 처절한 느낌을 빼고 무척 담백하게 노래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헤이즈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낸 '만추'를 타이틀로 선정, 이별 경험을 가감없이 털어놓으며 진정성 있는 음악의 힘을 보여줬다.

'만추'로 컴백한 헤이즈.

특히 최근 종영한 '퀸덤'은 대중이 여성 뮤지션들을 재발견할 수 있는 좋은 장을 마련해 줬다. 단순히 만들어진 노래를 예쁘게만 부르는 줄 알았던 걸 그룹들이 직접 무대 콘셉트를 정하고 적극적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이들의 겉모습 보다는 음악에 집중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된 것. 섹시한 이미지로 소비됐던 AOA가 성별을 반전시킨 '너나 해' 무대를 꾸몄을 때, 귀여운 막내인 줄만 알았던 오마이걸이 독창적인 기획성을 바탕으로 연속 1위를 거머쥐었을 때 많은 시청자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연출자인 조욱형 PD는 '퀸덤'에 대해 "곡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보여줌으로써 K팝 무대 밖에서의 내부적인 노력들도 치열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만들어진 이미지만 봐 왔던 대중은 이제 그 음악이 만들어지기까지 뮤지션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알게 됐고,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그간 특정한 이미지에 갇혀 있던 여성 뮤지션들의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 M 제공, OSEN, 스튜디오 블루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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