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답지 못한 키움의 이별을 대하는 자세
프로답지 못한 키움의 이별을 대하는 자세
  • 이정인 기자
  • 승인 2019.11.05 17:12
  • 수정 2019-11-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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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석 감독. /OSEN
장정석 감독.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정인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기행’에 가까운 사령탑 교체를 벌여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팀과 함께 장밋빛 미래를 그렸던 장정석(46) 감독을 파벌 싸움의 희생양으로 만들어놓고 팬들에게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키움은 지난 4일 손혁 신임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계약 기간 2년, 총액 6 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KBO 리그엔 ‘감독목숨은 파리목숨’이라는 속언이 있다. 계약기간을 아무리 길게 잡아도 임기가 완전히 보장되는 게 아니고 성적에 따라 좌우된다는 얘기다. 올해만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의 사령탑이 자진 사퇴하거나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러나 장정석 감독은 다른 지도자들과 다른 케이스다. 좋은 성적을 올리고도 자리를 보존하지 못했다. 장 감독은 2016년 말 지휘봉을 잡은 뒤 키움을 젊고 강한 팀으로 발전시켰다. 2017년 7위에 그쳤지만 2018년 4위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올해에는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인 86승을 거두며 정규리그 3위를 기록했다. 가을야구에선 5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했다. 재계약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하지만 장 감독에게 돌아온 건 재계약 불가능 통보였다. 

키움 구단 측은 장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야구계에서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장 감독이 구단 내 파워 게임의 희생양이 됐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키움은 최근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 전 대표의 구단경영 관여 문제가 불거지면서 ‘내부 권력싸움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결국 이 과정에서 박준상 전 대표가 사임하고, 자문 변호사와는 계약 해지, 옥중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임은주 부사장 역시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경영 주도권을 잡은 허민 의장의 복심인 하송 신임 대표가 취임했다. 아휴 본격적인 '이장석 색깔 지우기 작업'이 시작됐다. 실제로 이번 감독 선임은 하 신임 대표가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장석 대표가 선임한 장 감독은 자연스럽게 희생양이 됐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장 감독과 재계약 포기는 허민 의장 체제를 본격화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면 언제든 팀을 떠나야 하는 것이 감독의 숙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프로야구의 주인인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키움은 요지부동이다. 하루가 지나도록 별다른 반응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4일 손혁 감독 선임 보도자료에서도 장 감독과 결별 이유 등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3년간 팀을 위해 헌신한 장 감독의 공로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는 처사다.

키움은 경기 외적으로 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에 놓였다. 구단 내외부적으로 계속 잡음이 나오며 스스로 이미지를 깎아 먹고 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한 영화의 대사처럼 지금 키움에게 필요한 것은 프로구단다운 매너 있는 운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