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안방극장이 동성 케미를 주목하고 있다.

드라마는 물론 예능프로그램들이 동성간의 호흡을 미화한 모습을 내보이며 대중의 달라진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tvN 금토극 ‘굿와이프’에는 아마도 국내 드라마 중 최초일 바이섹슈얼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나나가 연기하는 MJ로펌 조사원 김단은 원작에서의 바이섹슈얼 캐릭터를 국내 안방극장에 끌고 왔다. 다만 대중과의 온도차를 우려, 수위를 조절해 1회에서 맛보기 수준에 그치고 말았지만 원작 팬들은 바이 캐릭터의 심증을 굳히기에 충분했다. 제작진은 바이섹슈얼로 인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영리하게도 나나와 전도연의 워맨스(Womance)를 할애하고 있다.

SBS 월화극 ‘닥터스’도 ‘우정이상 사랑이하’의 동성애를 넣었다. 여주인공 유혜정(박신혜)과 고교시절 단짝이 된 천순희(문지인)의 모습이 그렇다. 혜정과 순희는 성인이 된 13년 후에도 여전히 함께 살며 우정을 다지고 있다. 극 초반 혜정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붓는 장면에서는 동성애를 의심하기도 했으나 사랑에 목마른 애정결핍으로 표현됐다.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는 차승원과 유해진을 부부로 그리고 있다. 만재도에서부터 차승원을 차줌마로, 유해진을 바깥 양반으로 표현하며 부부의 역할을 맡겼다. 궂은 일은 남자 혹은 남편이, 집안일은 아내 즉 여성이 해야 하는 전통의 사고관념을 비틀었다. 남자들로만 이뤄진 출연진들 사이에서 남편, 아내, 아이와 같은 역할 놀이를 대입해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는 셈이다.

동성 케미에 주목하는 설정은 과거에도 왕왕 있었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2010)에서는 아예 남자 동성 커플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 공주’(2013)는 동성애 코드를 희화화해 시청자들로부터 비난 받기도 했다. 또한 직접적인 동성애는 아니나 브로맨스는 하나의 흐름으로 흔하게 활용되는 장치이기도 하다.

연예 관계자들은 “동성 코드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달라진 대중의 시각을 알 수 있다. 아직은 해외처럼 동성애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시기상조다. 그러나 브로맨스나 워맨스의 동성 케미로 순화해 보여줌으로써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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