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클’ 손흥민ㆍ안드레 고메스 모두 아우른 ‘덕장’ 파울루 벤투 감독의 품격
‘태클’ 손흥민ㆍ안드레 고메스 모두 아우른 ‘덕장’ 파울루 벤투 감독의 품격
  • 이상빈 기자
  • 승인 2019.11.05 19:11
  • 수정 2019-11-05 22:34
  • 댓글 0

벤투 감독, 질책보다 위로와 격려
“안드레 고메즈 회복 빈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11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23명 명단을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11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23명 명단을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파울루 벤투(50)는 움베르투 코엘류(69)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는 포르투갈 국적 감독이다. 그가 지난해 9월 한국 A대표팀에 부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땐 반신반의하던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감독 경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 게 없는 데다 직전 소속팀 중국 슈퍼리그 충칭 리판에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 지도력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지휘봉을 잡은 지 1년이 지난 현재 벤투 감독은 A매치 20경기 12승 7무 1패 호성적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좀처럼 웃지 않는 차가운 인상과 그라운드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때문에 자칫 냉정해 보인다는 편견이 뒤따르지만, 가능성을 확인한 선수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주고 선수단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즐기며 따뜻한 인간미를 발산한다. 주장 손흥민(27ㆍ토트넘 홋스퍼)의 백태클 퇴장 사건과 11월 A매치 대비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겹쳐 어수선했던 4일은 벤투 감독의 ‘덕장(德將)’으로서 품격이 빛난 하루였다.

이날 A대표팀의 11월 레바논-브라질 2연전 대비 명단보다 더 관심을 끈 건 이역만리 잉글랜드 리버풀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턴 FC와 2019-20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원정 경기에 토트넘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후반 33분 선수 인생에 오점으로 남을지도 모를 사태의 장본인이 됐다. 에버턴 미드필더 안드레 고메스(26ㆍ포르투갈)를 백태클로 넘어뜨렸다. 이 과정에서 고메스가 토트넘 미드필더 세르주 오리에(27ㆍ코트디부아르)와 충돌했고 오른 발목이 부러졌다.

손흥민은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고메스를 보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했다. 고의가 아니었으나 반칙이 고메스의 남은 선수 생명을 위협할 큰 부상으로 이어졌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주심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은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나가는 순간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4일(한국 시각) 토트넘과 에버턴 경기에서 후반 33분 안드레 고메스에게 가한 백태클로 퇴장하는 손흥민. /연합뉴스
4일(한국 시각) 토트넘과 에버턴 경기에서 후반 33분 안드레 고메스에게 가한 백태클로 퇴장하는 손흥민. /연합뉴스

손흥민은 있을 때와 없을 때 경기력에 큰 차이를 보일 정도로 A대표팀에서 핵심을 담당한다. 주장인 그가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A대표팀에 소집된다는 건 여러 형태의 잡음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필 명단 발표가 있는 날이었기에 벤투 감독에게 손흥민의 태클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손흥민의 태클로 다친 고메스가 벤투 감독과 같은 포르투갈 국적이라는 점도 관심이 증폭되는 요소로 작용했다. 심지어 벤투 감독과 고메스는 특별한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 2014년 9월 고메스를 포르투갈 A대표팀에 발탁해 유로 2016 예선 알바니아전에서 데뷔 기회를 준 인물이 벤투 감독이다. 그는 현명하게 대처했다. 어느 한쪽 편에 서기보다 둘을 동시에 아우르는 방향을 택했다.

먼저 손흥민에 대해선 “안타깝지만 경기 중 일어나는 일로 생각한다”며 “손흥민은 악의적인 마음을 갖고 반칙을 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런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동업자가 크게 다쳤다. 손흥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라며 “손흥민과 만나 대화하면서 위로하고 격려해주겠다. 그는 전진해나가야 하고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 잘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덧붙였다. 질책보다 따뜻한 위로로 보듬었다.

고메스와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가장 안타까운 건 크게 다친 고메스다. 공교롭게도 그는 저와 같은 포르투갈 사람”이라며 “국적을 떠나 어느 선수든 그런 부상은 안타깝다. 고메스의 빠른 회복과 복귀를 빈다”고 쾌유를 바랐다. 민감한 사안을 슬기롭게 대처한 임기응변이 빛난 동시에 진심으로 선수를 아끼는 마음이 전해졌다. 그 동안 드러나지 않던 벤투 감독의 인품이 위기 순간 가장 아름답게 돋보였다.

벤투 감독과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염원이 전해졌을까. 에버턴으로부터 낭보가 날아들었다. 에버턴은 5일 공식 소셜미디어로 “고메스가 오른 발목 골절 및 탈구에 따른 수술을 잘 마쳤다”며 “경과가 매우 좋다. 그는 병원에서 회복하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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