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T 공정거래법 이슈로 증자 발목 잡힌 케이뱅크, 대안으로 BC카드 주목?
케이뱅크가 대주주인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으로 인해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이후 행보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케이뱅크에 대한 시중의 평가다. 케이뱅크에 이어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가 금융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케이뱅크는 설립 초기 '내 손안의 첫 번째 은행'이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1년 365일, 24시간 언제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쉽고 빠른 비대면서비스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렸다.

하지만 공격적인 영업은 곧바로 부메랑이 되어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았다. 초기 자본금이 금새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초 신규 대출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현재 자본금은 5050억원에 머물고 있다. 당초 케이뱅크는 주주 대상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케이뱅크 대주주인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으로 인해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법안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케이뱅크의 자본확충 계획은 또 한번 무산된 상태다.

이 개정안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에 관한 적격성 심사에서 대상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을 대주주 결격사유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제한을 풀어주자는 취지다.

다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성 개정안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국회는 이달 중순께 다시 개정안 통과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실제로 공정거래법 위반 이슈는 앞선 카카오뱅크의 자본확충시에도 발목을 잡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엔 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문제가 됐다. 하지만 카카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아 결국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지난 달 16일 이사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결정했다. 카카오뱅크의 유증 신주배정일은 지난 5일이며, 오는 21일 유증대금이 납입될 예정이다.

초기 자본금 3000억원으로 인터넷은행 사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이번 유증을 포함, 총 3번의 증자를 통해 1조 8000억원의 자본금을 갖추게 됐다. 또한 그간 문제가 됐던 BIS 자기자본비율도 14%대로 올라서게 된다.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의 광폭행보를 지켜만 봐야하는 케이뱅크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를 비롯한 기타 주주들 모두 자본확충의 시급함을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주주인 KT가 공정거래법 이슈에 발목 잡힘에 따라 케이뱅크 주주와 경영진은 자본확충을 위한 '플랜B'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방안으론 KT의 자회사 중 한곳이 KT의 지분을 넘겨받은 후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선 KT를 대신할 대주주 후보로 BC카드를 지목하고 있다.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KT와는 달리 금융사인 BC카드는 운신의 폭이 더 넓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지분 확대에도 보다 자유로운 것이 사실이다.

BC카드의 작년 기준 자산규모는 3조 7000억원을 상회해,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도 무리없을 만한 자본력과 외형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C카드의 2대주주가 우리카드라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우리카드는 케이뱅크의 주요주주인 우리은행과 같은 우리금융그룹 계열사로, 만약 BC카드가 KT를 대신해 케이뱅크의 최대주주 지위에 오른다면 우리금융그룹의 지지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반면 일반적으로 카드사가 은행의 최대주주가 된 사례가 없다는 점은 부담스런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BC카드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대주주 적격성 심사 외에도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와 경쟁하며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 위해선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대주주인 KT도 국회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엇갈린 행보를 반영하듯 대주주인 카카오와 KT의 주가 역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6일 15만원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한 반면 KT 주가는 2만 6000원선에 거래되며 연중 최저가 부근에 머물렀다.

이날 카카오는 전일 대비 1.68% 오른 15만1000원에, KT는 0.75% 상승한 2만67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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