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맨발의 디바'로 유명한 이은미가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1989년 신촌블루스 객원 보컬로 활동을 시작, 어떤 보컬리스트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활발한 공연 활동을 펼친 끝에 1000회 공연 횟수까지 달성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 진화하려는 보컬리스트가 이은미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는 이은미의 30주년을 기념한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이은미는 데뷔 30주년을 맞은 소회와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를 표했다.

최근 한 팬으로부터 손편지를 받은 뒤 팬들에 대한 미안함이 커졌다는 이은미는 "그 동안 내가 팬들에게 살갑고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콘서트를 하게 되면 보통 전 날 그 도시에 가서 숙소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극장으로 가서 리허설을 하게 된다"고 입을 연 이은미는 "밴드와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공연 모드가 돼 무대만을 생각한다. 그럴 때면 무척 날카로워지고 못된 면이 나온다. 일을 잘하고 싶은 목표와 욕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럴 때 사진을 요청하는 분들께 '죄송하다'고 하고 휙 지나가거나 팬들과 눈도 안 마주칠 때도 많았다. 굉장히 후회한다. 이 자리를 빌어 살가운 사람이 못 돼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더 조심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패티김 선배는 식사에 와인 한 잔도 곁들이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를 위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는 못 할 것 같다고 선배께 말씀을 드렸다"는 이은미는 가수이지만 동시에 다른 많은 이들과 다를 것 없는 한 명의 인간으로 사회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사회적 문제에도 종종 뚜렷한 소신을 밝히며 시민으로서 몫을 다하고 있다.

이은미는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그런 행보에 대해 "두렵지 않은 건 아니다"고 못 막았다.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려운데도 하는 것이라는 것. "그건 정확히 다른 것"이라고 강조한 이은미는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으면 한다. 그걸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려는 것뿐이다. 그것으로 날 칭찬하는 분들도, 욕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내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대중에게 노출돼 있는 직업을 가졋다고 해서 그런 말들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국민으로서 앞으로도 해야 할 말은 하겠다"고 밝혔다.

가수로 데뷔한 지 벌써 30년. 그간 한국의 음악 시스템도 많이 변했다. 이은미는 "훌륭한 공연장들이 많이 생겼고 하물며 대기실 환경까지 바뀌었다"며 국내 음악 시장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역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들처럼 근본적인 것일 때가 많다. 세상이 변화하고 진화하고 진보하는 것처럼 그런 문제들도 서서히 나아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은미의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은 '흠뻑'이다. 아직 정확한 앨범 구성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로, 일단 지난 9월 25일 앨범에 수록될 '사랑이었구나'오 '어제 낮'을 발표했다. 이은미는 "아마 앨범엔 신곡 6~8곡 정도가 실릴 것 같다. 또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내 목소리로 기록해 두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20주년 기념 투어를 2년 여 돌며 자신이 진정한 '딴따라'가 됐다는 이은미는 이번 30주년에도 전국 곳곳에서 투어를 진행한다. 지난 달 19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 센터에서 막을 올렸고, 지난 2일에는 부산을 찾았다. 가까이는 오는 23일 인천 공연이 있고 이후 전주, 서울, 대구, 평택, 울산, 수원, 진주, 의정부 등을 돌며 내년 2월까지 투어를 이어간다.

이은미는 "난 워낙 재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낮추면서 "재능의 한계를 느낄 때마다 어려움을 느끼고 좌절하고 절망한다. 자기자신의 부족함을 매번 직관하면서 산다는 건 되게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에서, 상상력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음악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왜 난 이것밖에 안 될까' 하다가도 다시 꿈을 꾸고 녹음실에 가게 되는 원동력은 음악"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30여 년이 그다지 수월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기적 같은 순간들도 많았고, 그런 순간들이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여기까지 왔다는 게 놀라운 일이라고 본다. 매일 감사하다. 무게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사진=임민환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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