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회적 관심사·정보제공 등 순기능 상실, 실검 조작 우려도 제기
7일 한 때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네이버 캡쳐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김호연 기자] 최근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검색을 유도하는 ‘초성퀴즈’나 ‘낱말 퀴즈’ 이벤트 등 ‘실검 마케팅’이 한창이다. 소비자들에게는 흥미 요소를 가미한 혜택을 제공하고 기업들은 매출 향상까지 이어지며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포털 사이트를 통한 사회적 관심사, 정보 제공 기능 등 순기능이 상실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기업 마케팅 수단이 시장 창출이라는 순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장정보 및 여론 왜곡의 우려도 안고 있는 것이다. 부작용은 국회에서 의제로 다뤄질 정도이다.

오늘(7일) 오전 한 때 ‘실시간 검색어’ 상위 10위 권 중에 마지막 한자리 정도만 빼고는 초성마케팅 업체를 비롯,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의 이벤트를 알리는 내용이 차지하며 홍보·마케팅 게시판을 방불케 했다.

7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 1위 자리에 3시간 이상 특정 제품의 광고 검색어가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 캡쳐

사실 잠깐도 아니다. 오전 내내 그리고 오후에는 또 다시 관련 이벤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실검)에 오른 관련 이벤트를 보면 ▲'빈지노 향수 한정판' ㅋㄹㄹㅂ 초성퀴즈 정답은? ▲'나이스지키미 신용대란' ㅅㅇㅂㄷㅇㄹ 초성정답은? ▲'700조유산균락티브특가' 'ㅇㅇㄱ' 정답은? 등 요즘 유행하는 초성 마케팅이 한창이었다.

이와 함께 ▲바세린바른입술 ▲무신사 이엣세컨즈 데이 ▲인터파크 인생날 여행편 ▲티몬 호치킨 특가 등 특정 브랜드나 상품 검색을 유도하는 이벤트 및 ‘낱말 퀴즈’ 활용 이벤트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초성마케팅을 비롯한 실검 마케팅은 패션, 뷰티 등 유통업체, 금융사 및 캐시슬라이드, 토스 등 IT·플랫폼 업체도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실검 마케팅은 기업이 자사 이벤트 페이지를 개설한 후,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면 소비자들에게 반값 할인 쿠폰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해당 기업의 특정단어가 검색어에 오르면 더 많은 포털 이용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유입이 늘어나고 해당 기업의 홍보 및 매출 향상까지 이어지게 된다.

초성퀴즈 마케팅을 이용한 기업 관계자는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우리 제품의 이름이 노출되고 퀴즈에 흥미를 갖고 접근한 소비자들의 머리에 우리 브랜드가 더 각인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초성퀴즈의 확실한 마케팅 효과를 인정했다.

한스경제가 만난 한 소비자는 인터뷰에 “대부분의 직장인이 한참 일할 낮 시간대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초성퀴즈 관련 검색어로 도배되어 있는 것으로 보면 어떤 때는 짜증이 난다”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어떤 이슈가 있어서 검색어가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타거나 포인트를 적립하기 위한 시도로 평소에 쓸모없는 검색어가 가득 차니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조작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지적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원래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 본연의 기능 상실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포털과 상당수 언론의 상업적 충동이 자아내는 책임의 몫도 없지는 않다.

아울러 네이버가 광고 수익을 위해 실검 조작을 방치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네이버 실검은 단위 시간 동안 네이버 검색창으로 입력되는 검색어를 분석해 입력 횟수 증가 비율이 가장 큰 검색어 순서대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실 자료. /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1~19일 매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키워드 분석, 결과 1위 19개 중 15개(78.9%)가 기업 상품 홍보를 위한 초성 퀴즈 이벤트였으며 분석 대상이 된 전체 380개 키워드 중 96개(25.3%)가 기업 광고로 집계된 바 있다.

김 의원은 "네이버, 카카오 등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사회적 관심사와 정보 제공 등 긍정적 기능을 상실하고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인위적으로 언제든지 조작 가능한 포털 실검은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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