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대중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번개 행복토크를 열고 구성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

[한스경제=송진현]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솟으면서 지구촌에 풍요로운 국가로 각인되고 있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를 지칭하는 ‘행복’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랭킹은 경제 수준보다 한참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지난 3월 공개한 ‘2019’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행복지수 10점 만점에 5.895점을 받아 156개국 중 54위를 기록했다. 최근 수년간 50위권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국민들은 선진국에 근접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으나 행복하지는 않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보통 주관적 만족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두부 자르듯 명쾌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대체로 직장과 가족, 건강, 사회적 관계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맥락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올해들어 직원들의 행복을 강조하며 ‘행복 토크’를 진행하고 있어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SK그룹 구성원들의 행복을 주제로 최근까지 90회의 ‘행복토크’를 열었다.

각 계열사 직원들과 수시로 회동해 허심탄회하게 맥주잔을 기울이며 업무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편과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한편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은 보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그룹 문회를 만들기 위해 공유오피스를 도입하는가 하면 부사장-전무-상무로 이어지는 임원 직급을 없애고 직책 위주의 호칭만 남겼다.

연봉이 높은 대기업에 다닌다고 해서 그 구성원들이 행복하다고 예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기 십상이고 상대적으로 노동강도 역시 센 편이다. 최 회장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올해들어 직원들의 행복을 제1의 경영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에스엘디행복연구소의 정영인 원장은 “한국인들의 삶 중 직장에서의 행복이 매우 중요한데, 대기업 총수가 이같은 문화를 앞장서서 이끈다는 점에서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행복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소 가운데 직장 내에서 개인 의견을 누군가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 직원들과 격이 없는 미팅을 이어가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인들이 행복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삶을 살아가는 만큼 최 회장의 이런 ‘행복 경영’이 다른 대기업들에게도 빠르게 확산되어야 함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재벌 총수가 직원들의 행복에 발벗고 나선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기업의 존재 이유를 돈 버는 것에서 구성원 전체의 행복 추구로 바꿀 것”이라며 행복 경영의 이유를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한 계열사 CEO를 상대로 “성공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해지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며 행복 전략의 고도화를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최 회장의 행복 경영은 4차 산업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을 더한다고 지적한다. 왜 그럴까? 흔히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로봇기술, 가상현실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에선 무엇보다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장 구성원들의 행복한 삶이 중요하고 이래야만 4차산업 시대에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회장의 행복경영이 소중한 결실을 맺게되길 기대해 본다. <한스경제 발행인>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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