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부 은행은 예금, 적금, 수익증권 등 계좌 조회 정상적으로 안 돼
시중은행들이 지난달 30일 오픈뱅킹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각사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하나의 모바일 금융앱으로 모든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던 '오픈뱅킹'이 지난달 30일 시범실시에 돌입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많지 안았다.

시중 주요은행들이 다수 참여한 오픈뱅킹 시범서비스였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쓸만한 기능은 타은행 계좌조회 정도였다. 심지어 타은행 계좌조회 서비스는 이미 금융결제원이 내놓은 계좌정보통합관리 서비스를 통해 접한 기능이다. 금융결제원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은행 계좌는 물론 보험과 대출, 카드 사용 정도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오픈뱅킹 시범서비스에선 그 마저도 온전히 작동하지 않았다. 은행마다 계좌등록 방식 등이 달라 일부 은행의 경우엔 예금, 적금과 수익증권 등의 계좌 조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오픈뱅킹 서비스 시행에 앞서 대대적인 홍보와 고객 유치 프로모션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오픈뱅킹 시범서비스에 참여한 은행 고객은 모두 102만명에 달했다. 오픈뱅킹에 등록된 계좌수는 모두 183만좌로 집계됐다. 이 기간 오픈뱅킹 이용자들은 총 1215만건, 일평균 174만건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계좌 잔액조회가 894만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출금 이체는 22만건이었다.

한 명의 이용자가 여러 은행의 앱을 통해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엔 가입자 수와 계좌 수가 중복으로 집계된다는 것을 감안해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서비스 시행 초기 미진한 기능 제공으로 인해 타은행 계좌이체 등 본격적인 서비스 이용은 적었다.

오픈뱅킹 도입을 주도한 금융위는 일단 초기 시범서비스 실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8년 1월 오픈뱅킹을 도입한 영국의 경우 1년이 지난 2019년 5월 이용건수가 일 평균 약 200만건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국내 (오픈뱅킹)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시행 초기 발견된 일부 문제들은 이달 중 개선,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는 오픈뱅킹 서비스 초기 은행들의 과열경쟁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에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BNK부산은행 등 10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오픈뱅킹 도입 초기 고객 선점을 위해 모바일 앱을 전면개편하는 것은 물론 오픈뱅킹 등록 고객에게 수백만원의 현금, 최신 스마트폰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일부 은행은 오픈뱅킹 서비스 시작전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전등록 행사를 진행하고 지점별 고객유치 경쟁을 벌이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금융사들이 오픈뱅킹으로 경쟁하는 것은 좋지만, 평가는 서비스로 이뤄져야 한다"며 "은행들은 킬러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로 승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은행에서 논쟁이 있지만 오픈뱅킹 활성화를 위해 사전에 열심히 한 것으로 이해해달라"며 "정부가 특정 은행에 대해 경고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오픈뱅킹 관련 시스템 개선 및 보완 과정을 주시하는 한편, 혹시 있을지 모를 금융보안 사고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금융정보보호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게 "오픈뱅킹으로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결제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된 만큼 금융보안 강화에 유념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픈뱅킹은 내달 18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현재 오픈뱅킹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은행들을 비롯한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이 서비스에 참여한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토스,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업체들도 준비를 마치는대로 오픈뱅킹 서비스에 합류할 전망이다.

손병두 부위원장은 "정부도 금융보안 및 정보보호 인력이나 예산 등에 관한 규제에 대해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자율성이 확대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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