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화장품·면세점업계, 온라인 제품과 각종혜택 제공통해 '中心' 잡기나서
 LG생활건강의 광군제 관련 티몰 '후' 브랜드 직영몰 이미지./LG생활건강 제공

[한스경제 김호연 기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光棍節)가 11일부터 열리면서 유통업계가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인구(약 13억명)를 자랑하는 중국답게 지난 1일 시작된 ‘코리안 세일 페스타’보다 약 10배 높은 매출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올해 광군제에서 30조원에 달하는 제품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각 기업은 광군제 예약 판매제도를 통해 주요 브랜드를 적극 판매할 계획이다.

광군제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며, 매년 11월 11일에 개최된다. 광군제란 ‘싱글들을 위한 날’이라는 뜻으로, ‘싱글데이(솔로데이)’라고도 불린다.  ‘광군(光棍; 빛나는 막대기)’이란 배우자나 애인이 없는 ‘싱글(single, 독신)’을 의미한다. 11월 11일이 광군제가 된 것은 혼자임을 상징하는 듯한 ‘1’이라는 숫자가 4개나 겹쳐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쌍십일절이라고도 한다.

중국내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 장둥닷컴 등은 예약판매 등 대대적인 광군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품 판매가의 10% 내외를 미리 결제하면 광군제 당일 잔액을 추가 결제하는 방식이다.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팔리는지 예측할 수 있어 물류 유통과 재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광군제에 맞춰 국내 유통업계는 중국시장을 위한 온라인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태스크포스팀(TF)을 꾸리는 듯 연중 최대 매출실적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LG생활건강은 고급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티몰에 집중했다. 중국 유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 ‘왕훙’(網紅)의 티몰 온라인 생방송을 이용해 주요 브랜드 홍보를 광군제 직전까지 이어갔다. 지난달 21부터는 대표 브랜드인 ‘후’의 ‘천기단 화현 세트’, ‘비첩 자생 에센스’ 등을 예약 판매해 매출의 상당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기단 화현 세트’는 현재까지 약 11만개가 미리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광군제 (6만1000개) 전체 판매량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숨’과 ‘오휘’도 세트 제품을 중심으로 예약판매를 진행했다. ‘숨’은 한정판 세트를 중심으로 예약판매를 진행했으며, 올해 출시한 최고가 라인 ‘숨마’의 에센스와 기초 체험세트도 처음 예약판매에 나섰다.

‘오휘’에서는 ‘더 퍼스트 제너츄어’와 ‘미라클 모이스처’, ‘에이지 리커버리’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LG생활건강은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초부터 일찌감치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오랜 시간 고민한 만큼 주력 브랜드에 대한 예약상품 뿌리기에 나섰다. 왕훙을 통한 홍보에 나선 LG생활건강과 달리 현지 단기 모델이자 가수 리쩐닝과 연계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의 경우 ‘윤조 에센스’를 예약 구매하면 정품 수준의 샘플과 ‘자음수 유액’, ‘여윤팩’ 등 샘플을 제공했다. ‘헤라’의 선물박스 키트를 구입하면 추첨을 통해 리쩐닝의 오프라인 팬미팅과 사인포스터, 메이크업브러쉬 등 경품이 증정된다다.

애경산업은 ‘에이지투웨니스’(AGE 20’s)를 내세운다. 제품 용기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 색을 적용해 ‘시그니처 모던레드 에디션 기획세트’를 출시했다. 지난 8월 알리바바와 티몰 국제 파트너십 계약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2개 구매 시 50% 할인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다.

화장품 판매는 가전과 함께 광군제에서 매출 상위권을 기록한 제품군에 들어간다. 따라서 광군제를 통한 매출 신장은 올해 국내에서 부진했던 화장품 매출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제품은 지난해에도 가전제품과 함께 티몰에서 매출 1, 2위를 다투던 제품군이었다”라며 “광군제를 통해 한 해 매출 농사가 뒤바뀌기도 하는 만큼,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LG생활건강 ‘숨’의 로시크숨마,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자음생에센스 등 신규 제품의 선전에 비춰 11월 광군제 효과도 기대된다”라며 “최근 대 중국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광군제 매출이 추가적인 주가 모멘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올해 광군제를 맞아 출시한 설화수 광군제 한정판./아모레퍼시픽 제공

면세점 등 유통업계도 ‘광군제 특수’를 누리기 위해 철저히 대비했다. 면세점 업계를 중심으로 적립금을 증정하는 등 중국인 손님 몰이에 나선다.

롯데면세점은 이날까지 화장품, 시계, 보석, 전자, 패션잡화 등 4개 제품군에서 상위 5개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경우 여기에 사용 가능한 적립금을 증정했다. 주어진 적립금은 광군제 당일에 사용할 수 있다.

간편결제 이벤트를 통해서는 결제수단별로 적립금 최대 127달러를 증정하는 이벤트와 지인과 함께 적립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신라면세점은 의류와 화장품을 구매자 국적과 상관 없이 오는 17일까지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인터넷 면세점 중국몰에서 오는 10일까지 매 홀수시간에 50%, 짝수 시간에 30%의 결제 포인트를 선착순 11명에게 지급해 광군제 당일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광군제 하루 매출이 30조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업계가 이를 노려 다양한 마케팅을 통한 특수 누리기에 나서고 있다”라며 “최근 시작된 ‘코리아 세일 페스타’보다 매출을 한참 압도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대목인 것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통업계에서 광군제 특수 누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얼어붙은 국내 소비심리를 돌파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시작된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기에 서울 명동에 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대형할인점과 백화점이 자체 행사를 지나치게 강조해 코세페 본연의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할인율도 경기침체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세페의 영향력이 미약해 이에 참가한 국내 기업들의 매출 개선이 피부에 와닿는 것 같지는 않다”라며 “각 업체들도 이로 인해 코세페보다는 매출액이 압도적으로 높은 광군제에 집중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중국은 과거 사드배치 갈등 등으로 인해 혐한 이슈가 잔재해 있지만 분위기가 점차 누그러지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지난해보다 더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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