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여기가 왜 이 이름?"…과도한 시설명 차용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힐스테이트 창경궁이라는 이름을 보고 왔는데, 실상은 창경궁과는 거리도 멀고 단지에서 조망도 전혀 불가능하다. 왜 창경궁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의문이다." 지난 1일 분양한 힐스테이트 창경궁 견본주택을 방문한 한 내방객의 말이다.

아파트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건설사들이 저마다 단지 네이밍에 골몰하고 있다. 단지명만으로도 수요자들에게 상품성을 알릴 수 있고 이와 동시에 단지의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과열되면서 일부 단지의 경우 관련성이 낮거나 다른 행정구역 대표 시설명 등을 차용해 수요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종로구 힐스테이트 창경궁과 창경궁 간 거리는 약 1.15㎞ 정도 떨어져 있다. 

힐스테이트 창경궁이 들어서는 종로구 뿐만 아니라 '궁'이라는 이름을 붙여 단지명을 정한 곳은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경희궁 자이과 덕수궁 롯데캐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들은 궁 조망권을 앞세워 높은 청약 경쟁률을 이끌어 냈고, 최초 분양가보다 2배 이상 시세가 널뛰기까지 했다.

힐스테이트 창경궁 역시 이런 효과를 기대하고 작명에 나섰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단지 사업지인 종로구 충신동 60번지와 창경궁은 약 1.15㎞ 떨어져 있다. 도보로만 17분 가량 소요되는 먼 거리다.

일반적으로 창경궁 일대는 서울대병원과 성균관대를 잇는 거리를 일컫는다. 때문에 이와는 다소 동 떨어진 충신동에 창경궁 이름을 붙인 것이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단지명만 보고 '궁세권'을 기대했다면 낭패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는 창경궁과는 멀리 떨어져 있을 뿐더러 단지 내에서 궁 조망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명륜동 A 공인중개사 사무소 한 관계자는 "창경궁 이름에 혹한 수요자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충신동에 짓는 아파트에 창경궁 이름을 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예 다른 행정구역에 있는 대표 시설을 단지명에 섞어 이름을 지은 경우도 있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대림3구역을 재건축해 공급한 'e편한세상 보라매 2차'는 행정구역상 영등포구 대림동에 속하지만 엉뚱하게 동작구 보라매의 이름을 달고 나왔다. 대림동이 가지는 '낙후' 등 부정적 인식을 벗어나 보라매의 후광을 얻기 위해 지은 단지명이지만, 보라매공원까지 1.45km 가량 떨어져있으며 도보로 22분여 소요된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SK건설이 수색9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한 'DMC SK뷰' 역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단지명에 넣었으나 실제 위치는 은평구 수색동이다. DMC까지 가는 길도 철길로 막혀있는 등 순탄치 않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관련성이 떨어지는 인근의 랜드마크나 대표 시설을 단지명에 무리하게 끼워넣는 이유는 아파트 경쟁이 치열해 지는 가운데 타 단지 대비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청약 전 사업지를 직접 방문해 보거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이 상품성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단지명을 짓는 경우가 많다"며 "이름만 믿고 청약할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지를 방문해보거나 지도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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