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낡은 단지서 개명 요구 반발 거세 '난감'
송파구 한 단지에서 힐스테이트가 사용된 모습./사진=황보준엽 기자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올해 초부터 건설업계에서 아파트 브랜드를 신설하거나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낡은 브랜드 이미지를 벗겨내고 시대에 맞춰 기업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흘러 새 브랜드를 단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면서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브랜드를 이름으로 가진 단지들이 너도나도 개명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호반산업은 호반써밋 인천 검단Ⅱ 특별공급을 이날부터 신청받는다. 이 단지는 검단 호반베르디움 1차에 이어 검단신도시에서 공급되는 두번째 물량이다. 한 지역에서 같은 브랜드 아파트가 연이어 공급되는 일종의 '시리즈 아파트'이지만, 1차 공급 당시에는 '베르디움'으로 2차 때는 '호반써밋'이라는 브랜드 명을 달고 나왔다. 

문제는 1·2차 단지가 다른 브랜드명을 달고 나오면서 발생했다. 사정은 이렇다. 호반이 주상복합에 사용하던 '호반 써밋플레이스'를 지난 3월 리뉴얼하며 홍보효과가 큰 수도권 지역 아파트에는 호반써밋을 사용하기로 했고, 2차 물량부터는 호반써밋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 것이다. 결국 이들 단지는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됐다.

상황이 이렇자 검단 호반베르디움 1차 입주민들은 본인들 역시 호반써밋으로 이름을 변경해 달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개명을 요청하는 까닭은 베르디움보다 뒤늦게 나온 새 브랜드 호반써밋이 적용됨에 따라 2차 공급 물량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호반써밋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돼 1·2차 단지가 일반과 고급아파트로 분류되면서 가치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에서 역시 아파트 브랜드가 국내 주택 시장에서 집값 등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호반써밋으로 리뉴얼 된 후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며 "1차 단지의 경우 아직 입주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된 후 입주민들의 80% 이상 동의를 얻고 정식으로 요청한다면 그때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선택이 쉬운 편이다. 단지 자체가 오래되지 않았고, 새 브랜드를 달게 되더라도 브랜드 가치하락이 없을 만큼의 시설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준공된 지 수십여년 지난 단지에서 개명 요청이 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자사가 시공한 단지는 맞지만 낡은 아파트에 무분별하게 새 브랜드를 입히면 가치가 하락할 수 있어서다. 때문에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한 건설사들은 브랜드명 변경과 관련해 단지 외관과 세대수 등 허용 기준을 일부 두고는 있지만, 거절당하는 단지의 경우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다 허락없이 브랜드를 외벽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그래도 호반같이 신축 단지가 이렇게 요청을 해온다면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쉽다"며 "반면 준공된 지 십수년 지난 단지에서 갑자기 론칭한 브랜드를 달게 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 거절하는 편이지만 반발도 거세고 아파트에서 허락없이 브랜드를 사용하기도 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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